대학축제 물 흐리는 ‘외부인들’… 헌팅족 性희롱에 아이돌팬 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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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귀자” 남성들 접근에 ‘신물’
초대가수 공연 분위기도 망쳐

올해 대학에 입학한 A(여·19) 씨는 최근 한껏 기대감을 품고 학교 축제에 참여했다가 불쾌한 경험만 했다. 축제 구경을 온 다른 대학교 학생이라는 한 남성이 ‘어디 조용한 데로 옮기자’며 치근댔기 때문. A 씨는 17일 “대학생으로서 맞는 첫 축제여서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이상한 남성 때문에 기분만 상했다”며 “대학 축제가 아니라 즉석 만남을 기대하고 클럽에 온 사람처럼 행동하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학가의 축제가 성희롱을 일삼는 일부 몰지각한 남성과 아이돌 가수 콘서트라도 되는 양 몰려드는 극성 팬 등 ‘외부인’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모 사립대 축제 현장에서는 여학생들에게 무리 지어 접근하는 남성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학 축제에는 재학생이 아니라도 드나들 수 있기 때문에 소위 ‘헌팅’을 목적으로 찾아와 물을 흐리는 남성들을 차단하지 못하는 것. B(여·25) 씨는 “축제 때 여자 후배들에게는 외부인들을 조심하라고 당부하곤 한다”고 말했다. 다른 사립대의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에는 “축제 때마다 ‘한 번만 같이 자자’는 남자들 뿌리치는 것도 신물이 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축제 초대 가수 리스트를 보고 몰려드는 연예인 팬들도 재학생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일명 ‘대포 카메라’(고성능 대형 카메라)를 들고 와 사진 찍기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학생들과 충돌을 빚기 때문. 대학 3학년생 C(21) 씨는 “축제 때마다 연예인들을 따라다니는 극성 팬들 때문에 공연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며 “왜 내가 낸 등록금으로 외부인들한테 연예인 구경을 시켜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얼굴을 찌푸렸다. 또 다른 사립대의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에는 “아이돌 팬들이 학생들 머리 위에 카메라를 놓고 촬영을 하기도 하더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본래 대학 축제는 학교 구성원을 넘어 지역 주민 등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이벤트였다”며 “이러한 의미를 계속 살려 나가려면 외부인들도 민주시민으로서 올바른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