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엄마 학생’ 복지 경쟁 나섰다

- 모유 수유실·유축실 설치… 임신·출산·육아 휴학 허용

학부·대학원생 이용자 급증
아이돌봄서비스도 제공 추진
수도권에 편중… 지방은 열악

아이를 키우면서 대학교나 대학원을 다니는 이른바 ‘부모 학생’들을 위해 편의를 제공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임신·출산·육아 휴학 제도를 시행하고, 모유 수유실과 유축실을 증설하는가 하면 학생회가 나서 아이 돌봄 서비스를 준비 중인 대학도 있다. 하지만 부모 학생들을 위한 복지가 서울 및 수도권 대학에 편중돼 있는 점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문화일보 취재진이 서울 소재 대학 10곳(서강대·서울대·서울시립대·서울여대·숙명여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의 임신·출산·육아 휴학 제도 이용자 수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대학에서 이용자가 늘고 있었다.

서울대 대학원생의 임신·출산·육아 휴학 증가세가 가장 뚜렷했다. 제도 시행 첫해인 2008년 이용자는 14명이었지만 2016년에는 295명으로, 8년 만에 무려 21배로 늘어났다. 올해도 1학기에 132명이 이 제도를 이용해 휴학 중이다. 학부생 이용자는 2008년 2명에서 2016년 6명으로 늘었다.

이화여대는 2015년 2학기 제도 도입 당시 대학원생 신청자가 32명이었으나 올해 1학기에는 49명으로 증가했다. 한양대의 경우 대학원생 이용자가 2012년 28명에서 2016년 54명으로 증가했다. 중앙대는 지난해 제도를 도입하자마자 학부생 9명, 대학원생 47명이 신청했다.

공부와 육아를 병행하는 부모 학생들이 늘면서 일부 대학은 모유 수유실이나 유축실 등 편의시설도 설치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모유 수유실 설치 대학은 광운대·부산대·서울대·수원여대·연세대·이화여대·인하대·한국방송통신대 등 8곳. 특히 방송통신대는 전국 14개 캠퍼스에 모유 수유실을 만들어놨다. 서울대는 관악·연건·평창 캠퍼스 등에 총 19개의 모유 수유실을 갖췄다. 연세대는 광복관(법대)·학술정보관 등 2곳에 ‘도담실’로 불리는 수유실을 설치했고, 올해 1학기 중 학생회관에 추가로 1곳을 더 만들 예정이다.

문화일보 취재진이 서울대 인문대 모유 수유실을 둘러본 결과 수유 소파·유축기 등이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모유를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와 소독기도 마련돼 있었고, 수유실 옆에 경비실이 있어 부모 학생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었다. 특히 치의학대학원 수유실은 프리미엄 영화관이 연상될 정도로 편안한 소파와 가림막 등을 갖췄다.

연세대 학술정보관에 있는 모유 수유실도 깨끗했다. 담당 직원에게 학생증을 내고 이용일지에 이름을 적은 후 열쇠를 받아야 수유실에 들어갈 수 있다. 수유 공간과 유축 공간도 가림막으로 분리돼 있었다. 임소영 연세대 부총여학생회장은 “수유실 증설뿐만 아니라 아이가 있는 학생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총여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아이를 봐주는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며 “돌봄 시간, 육아방법 등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시설 및 서비스의 수도권 편중 현상과 관련, 공부하는 엄마들의 공동 육아 카페 ‘맘인스누’(mominsnu)의 이진화 대표는 “지방의 한 대학에 특강을 나갔을 때 수유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유축을 했다”며 “아이를 낳은 뒤에도 공부를 계속하는 여성이 늘어난 만큼, 지방 대학들도 부모 학생을 위한 복지에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박효목·김현아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