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번호 503 ‘탄핵대통령’ 박근혜, 첫 법정… “무직입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40년지기’ 최순실과 나란히 앉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등에 대한 첫 공판이 23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시작됐다. 앞줄 왼쪽부터 유영하 변호사와 박 전 대통령, 이경재 변호사, 최순실 씨가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탄핵 대통령’ 첫 정식 재판
수감 53일만에 모습 드러내
사복차림 수인번호 503 달아
朴, 18개 범죄혐의 전면 부인

전직대통령 세번째 형사재판

삼성그룹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 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정식 재판이 23일 열렸다. 지난 4월 17일 기소된 이래 36일 만이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서울구치소 구속 수감 이후 53일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세 번째로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는 이날 오전 10시 박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첫 정식 재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 측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의 이원석·한웅재 부장검사 등 8명이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이상철·유영하·채명성 변호사 등 6명이 나왔다. 재판부는 국민적 관심과 역사적 의미 등을 고려해 재판 전 법정 모습을 공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부가 개정 선언을 하자 담담한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재판대 오른편 피고인석에 앉은 박 전 대통령은 최 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를 사이에 두고 최 씨와 나란히 앉았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서로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둘 사이 만남은 지난해 9월 최 씨가 독일로 출국한 이후 8개월 만이다.

이어 재판 시작 전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절차가 진행됐다. 박 전 대통령은 “박근혜 피고인, 직업이 어떻게 됩니까”라는 김 부장판사의 질문에 일어서서 “무직입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구속영장심사 때는 같은 질문에 “전직 대통령”이라고 답했었다. 재판부가 국민참여재판 의사를 묻자 박 전 대통령은 거부했다. 검찰은 모두진술에서 “피고인 박근혜는 사익을 위해 적법절차를 무시하고 법치를 훼손했다”며 “불행한 역사의 한 장면으로, 실체 입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측 유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공소사실은 엄격한 증명에 따른 게 아니라 추론과 상상에 의해 기소됐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변호사 입장과 같다”며 혐의를 전면부인했다.박 전 대통령은 남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섰다. 왼쪽 가슴엔 수인번호 503번이 적힌 배지가 달렸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재판을 일주일에 3∼4번 열어 신속히 심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손기은·정철순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