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잡아가는 바른정당… 내홍 심화되는 한국당

바른, 자강론 중심 뭉치는 중
한국당 의원에 ‘귀순’ 권유도
한국, 홍준표·친박 이전투구

제19대 대통령 선거 패배 이후 당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보수 정당들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집단 탈당 사태까지 겪었던 바른정당은 당내 다양한 입장이 한목소리로 조율되고 있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차기 당권을 둘러싸고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간 내홍이 갈수록 심화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바른정당 측이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귀순’을 권유하기도 해 ‘보수 적자’를 둘러싼 경쟁이 대선 과정에 이어 2라운드에 접어들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은 22일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시점을 7월 3일로 결정했다. 바른정당 역시 같은 날 의원 전체 회의를 열고 오는 6월 26일 당원대표자회의(전당대회)를 개최,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두 당의 새 지도부 선출 목적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을 재정비해 무너진 보수 진영을 재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대선을 불과 1주일 앞두고 의원 13명이 집단 탈당한 데 이어 대선 패배 직후 국민의당과의 통합론까지 불거지며 분열하는 듯했던 바른정당은 15~16일 진행된 연찬회 이후 ‘자강론’으로 조금씩 결속력이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은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친박계를 ‘바퀴벌레’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등 ‘홍준표 대 친박계’의 진흙탕 대결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의원 수로 몸집이 5분의 1에 미치지 못하는 바른정당 측은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귀순’을 권유하는 등 연일 정치 공세를 펴고 있다. 김세연 바른정당 사무총장은 22일 의원 전체 회의에서 “한국당의 양심적 의원들이 결단을 내릴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개혁적 보수, 따뜻한 보수, 말이 통하는 보수, 미래로 나아가는 보수인 바른정당이 여기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총장은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도 “홍 전 지사가 패배의 원인을 기득권 유지에만 몰두하는 친박에서 찾기보다 선거에 열정을 다한 사무처 당직자들에게 덧씌우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바른정당이 정치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최근 한국당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친박과 비박 간 다툼을 부각, 바른정당이 보수 정당의 적자임을 대내외적으로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