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한국인은 청부살해 먹잇감?

- 최근 4년간 42명 피살… “재발방지 대책 마련” 빗발

세부서 또 참변… 용의자 검거

25만원 주면 권총 1정 사고
청부살인은 250만원‘돈벌이’
CCTV 부족 등 치안도 열악

“정부, 소극적 대응” 지적 확산

필리핀 세부에서 최근 발생한 한국인 총기 피살사건 용의자 2명이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필리핀에서 매년 10명 안팎의 한국인이 살해당하는 악순환에 시민과 네티즌들은 우리 정부의 ‘소극적 대응’ 등을 비난하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4일 경찰청은 지난 20일 필리핀 세부 라푸라푸시 한 주택에서 한국인 황모(46) 씨가 피살된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 필리핀 경찰이 현지인 용의자 A(28) 씨와 B(28) 씨를 붙잡아 범행동기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탐문 수사를 통해 이들이 지난 13일 황 씨의 열쇠와 휴대전화가 든 가방을 훔친 사실을 확인하고 22일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두 용의자를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해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필리핀에서의 피살 한국인만 매년 10명 안팎이 지속되는 상황에 대해 시민들은 한국 정부가 필리핀 정부에 보다 적극적으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해야 한다고 질타하고 있다. 온라인에선 ‘필리핀에서 우리 국민이 벌써 몇 명이나 총 맞아 죽은 거냐? 강력히 항의하고 필요하면 단교도 검토하라’거나 ‘한국은 해외에서 두들겨 맞는 글로벌 동네북인가? 맨날 당하고만 산다’는 등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나섰으나 상황이 나아진 것은 없다. 이성호 인권위원장은 지난 1월 23일 성명을 통해 국가의 인권 보호 의무 등을 명시한 헌법과 세계인권선언, 유엔 자유권규약 등을 거론하며 “한국 정부와 필리핀 정부가 이들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필리핀에서 피살된 한국인은 2013년 12명, 2014년 10명, 2015년 11명, 2016년 9명 등에 달한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인 사업가가 마약 단속 경찰관들에 의해 납치·살해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철성 경찰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필리핀에선 25만 원을 주면 총기 한 정을 살 수 있고, 250만 원이면 청부살인도 가능해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CCTV나 지문등록 시스템 등도 잘 갖춰져 있지 않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인들이 사업 등을 하면서 필리핀 사람들과 이해관계가 얽히거나 경제력을 과시하다 현지인과 갈등을 빚고 범죄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