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앞서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을 비롯한 청문위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 ‘강경화 502호’ 의혹 확산
“10여년 외국인만 살았는데…”
전출입 신고는 한건도 없어
외국인 거주변경땐 신고해야
학교, 특혜위해 법위반 의혹
“梨大입시비리와 다를게 없어
교육부 감사도 필요한 사안”
강경화(62)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 주소지로 사용된 서울 중구 정동 정동아파트 502호가 학교법인 이화학원의 ‘위장전입 허브’로 이용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실제 502호에 살았던 외국인 교사들은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 엉뚱한 내국인들만 단기간에 전입과 전출을 반복했던 만큼, 학교 측이 조직적으로 특권층 자녀에게 이화여고 전·입학 특혜를 제공하기 위해 법을 어긴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강 후보자가 자녀의 명문고 진학을 위해 학교에서 제공하는 관사를 위장전입 주소지로 사용할 수 있었던 건 ‘특권층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밝혔던 기본 정신이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화일보 취재진이 5일 만난 정동아파트 502호 전 소유주 A 씨는 “우리가 그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을 당시 거주자는 모두 독일인이나 프랑스인으로 보이는 외국인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1995년 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이곳에 전출입 신고를 한 9가구 중 외국인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전입과 전출이 모두 이화학원 측이 전세를 얻고 있던 시기에 이뤄져 위장전입 의혹을 받는 것은 7가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7가구 중 6가구의 자녀가 이화여고에 입학하거나 전학을 왔다. 강 후보자도 2000년 7월 장녀 이모 씨와 이곳에 전입신고를 했다가 2개월여 뒤인 2000년 10월 원래 머물던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으로 주소지를 다시 옮겼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입국 후 90일 이내, 체류지를 변경한 뒤 14일 이내에 거주지를 담당 구청이나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해야 한다. 새로운 거주지를 신고하지 않으면 1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도 외국인 교사들은 한 명도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이태규 의원은 “강 후보자가 위장전입 아지트로 반복적으로 사용된 정동아파트 502호의 실체를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이화여고 관계자들의 카르텔이 작동한 것 아닌지 의심되기 때문에 교육부 감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 후보자의 위장전입을 두고 시민단체와 학자들은 “국내 기득권층의 특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입학비리와 다를 바가 뭐냐”며 “(강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한 인사 기준에 비춰봐도 굉장히 부적격한 후보”라고 지적했다. 배병일(전 한국법학교수회장)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장전입을 위해 여러 명이 한 주소를 이용했던 것을 강 후보자도 알고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검찰에서도 명명백백히 수사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강 후보자가 도덕성의 흠결을 만회할 정도의 충분한 전문성과 능력이 있는지 검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난 정부의 문제를 반복하지 말아 달라는 희망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굉장히 높은데, 이를 실망으로 바꾸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현진·김수민·김현아 기자 jjin23@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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