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편지 쓰기>“우울증 앓던 제 손 잡고 마음 아파하던 선생님… 소중한 존재 깨닫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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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사장賞 김현지 양

“하루에 열 번 가까이 울면 머리가 엄청 아프다는 걸 잘 알았다. 우울증 치료제랑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았다.(2014년 4월 16일)”

선생님께 받은 공책에 제가 제일 처음으로 썼던 말이에요. 선생님, 저 날을 기억하세요? 거의 6개월을 학교 폭력에 의해 혼자 앓다시피 한 제가 상담 선생님이 소개해 주신 병원에 처음 갔던 날, 제가 스스로를 남들보다 불행한 아이라고 생각한 날이에요.

선생님들은 늘 저보고 ‘철이 일찍 들었다’고 말씀하셨어요. 처음에는 그게 그저 칭찬이라고 생각해서 좋아했는데 후에 생각해보니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이라는 친구들과 조금 다른 가정환경 속에서 어른들을 위해 철이 들 수밖에 없던 저를 안타까워하신 거였어요. 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해 주셨어요. 하지만 조금 다르게요. “현지야, 너는 철이 일찍 들어서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파.”

그때 깨달았어요. 선생님께서 저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시고 계신다는 걸요. 제가 학교 폭력에 시달리며 힘들어하다가 병원을 다니기 전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었을 때, 선생님께서는 제 손을 잡고 진심으로 저를 격려해 주셨어요. 저는 못나거나 이상한 사람이 아니며, 미움받을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결국 선생님 앞에서 펑펑 울어버렸고 제가 그칠 때까지 손을 꼭 잡아주신 선생님 덕에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때부터 외부 치료 권유를 받았어요. 악몽을 꾼 이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선생님이 늘 저에게 주시는 한결같은 응원 덕분일까, 다시 마음을 잡게 되었어요. 약 3개월 동안 병원을 다니고 상담을 하면서 저는 알게 된 것이 많았어요. 첫 번째는 저를 미워하는 사람보다 사랑해 주는 사람이 많다는 것, 두 번째는 저는 스스로 제 몸에 해를 입히면 안 되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 선생님 덕에 제가 가치 있는 사람임을 알게 됐고 제 곁에 남아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돌아보게 됐어요.

가끔 제가 아팠던 과거가 생각나면 마음 한구석이 아리지만 이제는 그 과거를 웃으면서 ‘그때 그랬었지’ 하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이정규 선생님, 감사합니다. “고생했어. 너무 수고했다. 고마워, 이렇게 잘 버텨줘서.(2014년 10월 11일)”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