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中企업계와도 ‘소통’실패한 국정기획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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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8일 중소기업중앙회와 대한상공회의소를 잇달아 방문해 간담회를 가졌다. 10일로 출범 한 달을 맞는 문재인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경제단체와 직접 대화에 나서기는 이날이 처음이었다. 더욱이 김진표 위원장이 “현장에 답이 있다”고 강조해 왔던 터라 이번 간담회에 대한 기대는 더 컸다.

그러나 남은 것은 실망뿐이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한꺼번에 실행에 옮길 경우 충격이 너무 클 것이라는 현장의 우려 목소리에 국정기획위가 내놓은 반응은 “마치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에 온 느낌”이라는 핀잔이었다.

국정기획위는 앞서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에 경총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을 때 “기업 이익만 대변하는 아주 편협한 발상”이라고 ‘호통’을 친 바 있지만, 이날 간담회는 분위기가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대한상의는 소상공인까지 포괄하는 단체이고, 중기협은 문재인 정부가 중소기업벤처부를 신설하면서까지 챙기려 하는 중소기업들의 대표 단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뻣뻣한 국정기획위의 기세에 눌려 현장 기업인들이 제대로 할 말도 못하는 모습은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위한 정부가 되겠다’던 문 대통령의 약속을 무색게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점령군식 행태에 일선 현장에서 우려와 반발이 나옴에도 국정기획위는 그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8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국정기획위 자문위원은 “대한민국 건립 이래 중소기업(지원)에 이렇게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정권이 있었나. 행복한 줄 아셔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기업이 망하겠나. 전체 그림을 보고 뭘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지 ‘마이너’한 문제를 가지고 자꾸 얘기하면 본말이 뒤바뀐다”고도 했다. 국정기획위 스스로 강조해 온 ‘현장’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세희 정치부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