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특보는 무슨 봉급도 없는데…학자로서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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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귀국…“내 역할은 자문”
“특보로서 무책임” 비판 커져

文대통령 “文 영구특보 아니다”

문정인(사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21일 방미 기간 논란을 빚은 ‘워싱턴 발언’을 두고 “학자로서 얘기했을 뿐 이게 큰 문제가 되느냐”고 밝혔다.

문 특보는 이날 오전 4시쯤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해 기자들과 만나 지난 16일 한국 동아시아재단과 미국 우드로윌슨센터가 워싱턴 DC에서 주최한 세미나에서 밝힌 ‘북한 핵·미사일 활동 중단 시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가능’ 발언에 대해 “학술회의에 가서 얘기한 걸 갖고 왜 이 모양이냐”며 이같이 말했다. 문 특보는 ‘특보 자격으로 한 발언에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특보는 무슨…, 봉급도 안 받는 특보를 무슨”이라며 “나는 특보지만 교수가 내 직업이고 대통령에게는 자문(조언)을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 자문을 선택하고 안 하고는 그분(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이라며 “그 이상은 얘기 안 할 테니까 그만”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문 특보는 ‘청와대 누구로부터 경고를 받았나’ ‘발언을 청와대와 사전에 조율했나’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그런 거 없다고”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문 특보의 이 같은 태도는 ‘정부의 계획된 입장 표명’이나 ‘미국 입장 떠보기’ 등으로 해석돼 한·미 간의 신뢰를 훼손할 수도 있다. 실제로 문 특보 방미 기간에 그를 비공개로 접촉해 한·미 현안을 논의한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 특보는 윌슨센터 기조연설 전에 내가 조율한 비공개 세미나에서 미국 측 전문가들과 여러 논쟁적인 의견을 주고받았는데, 그 자리에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를 배석시켜 ‘내 발언을 제대로 적고 있나?’며 일일이 지휘(instruction)했다” “자신의 발언과 반응을 한국 외교부를 거쳐 문 대통령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보 자격으로 왔으니 그렇게 한 것 아니겠느냐”는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미국 CBS 방송 ‘디스 모닝’과의 인터뷰에서 문 특보의 워싱턴 발언을 두고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보도를 통해 알았다”면서 “문 교수는 영구적인 특보는 아니고, 문 특보와 나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informal) 편안한 관계로, 그는 학자이고 앞으로도 학자로 자유롭게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경·이은지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