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러의 크림반도 병합 인정 안해”

- 佛·우크라이나 정상회담

“우크라이나 국경선·주권 존중
러시아 ‘민스크 협정’ 지켜야”

“협정 구속되지 말자”는 美와
차별화 행보로 영향력 넓히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최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반군 간의 휴전 협정인 민스크 협정에 얽매이지 말자고 밝힌 것과는 정반대 행보로, 프랑스가 미국의 신고립주의와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EU) 탈퇴) 상황에서 국제무대의 외교·안보 영향력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26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우크라이나의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의 기존의 국경선과 관련한 주권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 협정(민스크 협정)의 틀 안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이) 진전될 수 있도록 몇 달이 우리에게 필요할 것”이라며 평화적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 2014년 러시아는 찬반 주민투표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자치공화국이던 크림반도를 병합했다. 당시 지역 유권자들의 97%가 찬성했지만 EU와 미국 등 서방은 국민투표가 우크라이나 헌법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병합을 인정하지 않았었다. 결국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반군 간 충돌이 계속되자 2015년 2월 독일,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민스크 협정을 채택했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반군 간의 교전 중단, 크림반도의 자치권 보장을 위한 조치 이행 등 분쟁해결 방안이 담겨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존 EU의 입장대로 러시아가 이 같은 민스크 협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휴전 감시 역할을 맡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우크라이나에서 휴전 감시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지난 14일 민스크 협정에 “구속되지(handcuffed) 않길 바란다”고 말한 것도 언급하면서, “몇 가지 이유에서 이는 이상적이지 않다고 본다”고 거리를 뒀다.

마크롱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립주의, 영국의 EU 탈퇴 속에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분위기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발언을 한 것도 지난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말없이 크림반도를 방문한 데 대해 유럽을 대표해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