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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His Story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05일(水)
“10만 마력 아톰… 말도 안되지만 난 그걸 보며 항공꿈을 키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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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우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가 지난 6월 19일 서울 광진구 건대 공학관 C동 자신의 연구실에서 국내 기술로 개발한 2인승 경항공기 KLA-100 모형을 들어보이며 뿌듯해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건국대 ‘KLA-100’ 개발팀 이재우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경항공기 개발은 중소기업만 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풀뿌리 항공산업’을 지원해주길 기대합니다.” 개념 설계부터 기체구조 설계 제작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지는 2인승 경항공기 ‘KLA-100’ 개발팀 ‘건국대 스포츠급 경항공기 개발 연구단’을 이끄는 이재우(55)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민간 경항공기 산업은 4차 산업혁명과도 밀접한 미래의 먹거리 산업”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고부가가치의 지식기반 산업이면서 고용창출 효과도 큰 항공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건대 경항공기 개발단은 지난 5월 24∼2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7 국토교통기술대전에서 KLA-100을 선보였고, 6월 20일 전남 고흥군에서 초도비행까지 성공리에 마쳤다. KLA-100은 오는 10월 이후 양산 체제로 들어갈 예정이다. 이 교수는 방위사업청 전문위원과 국방부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냈다. 현재도 국방부 보라매사업 평가위원 및 한국항공우주학회와 한국시스템엔지니어링학회, 항공운항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국내 항공기 개발 분야 권위자로 꼽히는 이 교수를 초도비행 바로 전날이었던 6월 19일 서울 광진구 건대 공학관 C동 교수 연구실에서 만났다.

이 교수는 민간 경항공기가 세계적으로 얼마나 인기를 끌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으로 말문을 열었다. 세계적으로 스포츠급 경량항공기(LSA·Light Sports Aircraft)를 포함한 소형항공기는 약 33만 대. 이 가운데 76%가 북미 지역에 등록돼 있고, 유럽이 16%로 뒤를 잇는다. 우리나라에서도 2001년 이후 경항공기가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3378대가 등록돼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자가용조종사 면허소지자는 4872명에 이른다.

“특히 LSA는 사람들의 날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면서도 보급형이어서 선진국에서 레저용으로 많이 즐기고 있습니다. 요트와 마찬가지로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경항공기의 인기는 더욱 올라갈 겁니다.”

물론 경항공기의 가치는 레저에 한정되지 않는다. 조종사 양성에 쓰이고, 군사용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자동차 운전면허를 딸 때 중대형차 몰고 시험 보는 게 아니잖아요.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비행기로 조종사를 훈련시켜 면허를 따게 하는 거죠. 저가 항공사가 많이 생기면서 조종사 수요가 늘고 있으므로 경항공기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또 사람을 태우지 않고 무인기로 응용할 경우 연료 등을 더 많이 실어 독도, 이어도 등 경비에 이용할 수도 있는 거죠.”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항공산업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자율 의사결정, 상황 인지,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의 모든 기술이 항공에 접목됩니다. 스스로 떠서 원하는 지점에 가서 내리는 자율형 항공기, 즉 ‘PAV(Personal Air Vehicle)’가 핵심입니다. 특히 항공기 사고는 피해가 엄청나기에 더 완벽한 인공지능 기술이 필수적이죠. 자동차는 자율주행을 3단계로 구분하는데, 항공기의 경우 10단계입니다. 현재의 무인기 기술이 2단계 정도이고, 적어도 5단계는 돼야 자율형 무인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5단계 정도면 비행기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고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다른 비행기와의 협력, ‘군집 협업’은 6단계 이상 올라가야 가능합니다.”

국내 항공사업은 1970년대 후반 이후 군수 부문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국방 예산이 세계 10위권이고, 수리온 헬기나 T-50 고등훈련기 등 군용 비행기 기술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 민간 경항공기 업계의 실상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 때부터 기술 개발을 시작했는데 실패만 거듭했고, 아직도 거의 전량을 수입하고 있다. 게다가 항공기 개발 과정은 설계를 계속해가면서 ‘진화’하는 게 기본인데, 비전문가들이 이를 이해하지 못해 “한 번에 제대로 설계하면 되지, 왜 여러 번 하면서 돈을 낭비하냐”고 비난하기 일쑤였다. 이렇다 보니 기술이 빨리 발전할 수 없었다는 게 개발자들의 하소연이다.

하다못해 시험비행을 위한 활주로 확보조차 쉽지 않다. 좋은 경항공기를 개발해 대량 생산해서 수출하려면 유럽 등의 까다로운 인증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시험비행을 거쳐야 하는데, 활주로가 없다.

“항공기가 뜨면 소음이 생기니까 규제도 많고, 주민들의 반대 민원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새만금 쪽으로 알아봤더니, 거기는 부지를 아주 큰 덩어리로만 분할해서 팔아요. 대한민국 곳곳을 살폈지만 활주로를 갖출 곳이 없습니다. 당장 10월이면 양산에 들어가야 하는데 답답합니다. 항공이 미래의 먹거리 산업이라면 규제를 풀어주든 정부가 활주로 부지를 구해주든 하루빨리 문제를 해결해줘야 합니다.”

이 교수는 민간 경항공기 중에서도 특히 2인승에 주목하고 있다. 중소기업 육성의 길이 거기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KAI) 같은 대기업에서는 수지가 맞지 않아 개발에 뛰어들 수가 없다. 대당 14만 달러, 약 1억6000만 원짜리 비행기를 만들겠다고 대기업이 나설 일이 아닌 것이다. 이 교수의 목표도 애초부터 ‘한국의 세스나(Cessna)’를 길러보자는 것이었다. 세스나는 미국의 경항공기 제조 전문 업체다.

“2인승 경항공기 제조는 풀뿌리 항공산업입니다. 전적으로 중소기업이 맡는 게 국가적으로도 좋아요. 그렇게 딱 구분해놓지 않으면 중소기업들이 열심히 기술을 개발해도 대기업에 종속되고, 인력까지 뺏기면서 하청업체에 머물고 말 겁니다. 독일의 경우 항공업계도 강소기업이 많습니다. 이런 얘기를 정부나 국회에 숱하게 했지만, 그때만 고개를 끄덕이고 끝입니다. 새 정부는 중소기업을 살리겠다고 하니까, 경항공기 제작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에 앞장서줬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정부에서는 지원은 고사하고 오히려 국가기관이 발목을 잡았다. 외국에서 2인승 경항공기 개발에는 보통 설계부터 최종 인증까지 최대 4년이 걸리는데, KLA-100은 7년이나 걸렸다. 제일 큰 이유는 정부 지원을 받는 매칭펀드 사업인데도 처음 선정됐던 업체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중도 포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간에 감사원 감사가 벌어진 영향도 있었다. 다른 사업에서 비리가 적발돼 2015년 11월부터 국토교통부의 항공선진화사업 전체가 감사를 받았던 것. 이로 인해 건대의 ‘레저용 경항공기 국산화 개발사업’ 역시 감사가 진행되는 9개월 동안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민간 경항공기 산업 발전을 위한 이 교수의 제언은 계속 이어졌다. 어려서부터 하늘을 동경하고 과학적 상상력을 키우며 자라 온 인물다웠다. “민간 항공기 제조업 세계 4위인 캐나다는 토론토에 산학연 클러스터단지를 확대 육성하고 있어요. 우리는 당장 김포공항만 봐도 아직 공터가 많은데, 그런 곳에 기업 연구소도 들어가고 대학도 들어가고 하면 중소기업에서도 우수한 인력을 유치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대전 이남만 되면 안 가려고 하는 게 현실입니다. 정부는 수도권에 뭐가 들어오는 건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중소기업 육성의 기지가 될 수 있는 소형 항공기 부문에 한해서라도 수도권에 배치하면 좋겠습니다. 서울에서 가깝기라도 해야 전문 인력이 중소기업에 갈 것 아닙니까.”

이 교수는 누구 못지않게 비행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원에서 공기역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땄다. 졸업 후 일자리가 마땅치 않아 현대자동차에 입사, 경기 화성시 소재 연구소 알파엔진 개발팀에서 근무하기도 했지만 결국 미국 유학을 떠나 항공 전공으로 돌아왔다.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고속 비행기 설계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땄고, 국방과학연구소에서 T-50 고등훈련기를 설계할 때 체계종합팀장을 지냈다. 나중에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수행하던 과제가 민간 기업으로 넘어가면서 역할이 없어지자, 이 교수는 학계로 넘어와 비행기 설계를 계속했다.

“현대차에 계속 있었으면 지금 전무 정도 되지 않았을까요.(웃음) 하지만 저는 어려서부터 막연히 항공이 좋았어요. 항공이 뭔지도 모르면서 그냥 좋았죠. ‘아톰’이라는 만화를 자주 봤는데, 아톰도 요즘 개념으로 생각하면 일종의 PAV로 볼 수 있거든요. 혼자 날아가고 주변 상황을 스스로 판단해 대처하니까. 그런데 아톰이 몇 마력인 줄 혹시 아세요? 10만 마력이에요.(다시 웃음) 우리나라 자동차들이 보통 100마력, 최근 나온 기아 스팅어처럼 아주 힘센 차가 300마력 정도 할 걸요. 어린아이 크기의 로봇이 10만 마력이라니, 지금 생각하면 진짜 말도 안 되는데. 아톰을 보면서 그런 공상적인 사고를 키운 거죠.”

공학자로서 성공을 거두고 전문가로 인정도 받고 있지만, 이 교수는 국내 이공계의 앞날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사실 공학도들이 공평하게 대우를 못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건 결국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공학에 기반을 둔 기업인데. 갈수록 밝은 미래가 보장되지 않으니까 이공계에 우수 인력이 줄어들고 있어요. 1997∼2000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당시 공대 출신들이 많이 해고됐습니다. 잘못한 사람들은 재무 쪽인데 잘리는 건 공대출신이었죠. 그 뒤로 공대 쪽 지원이 상당히 떨어졌어요.”

이 교수는 아무리 사정이 어려워도 항공기 개발자들이 ‘자가용 항공기 시대’의 꿈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인터뷰를 맺었다.

“저의 바람은 통일 이후를 내다보고 국산 자가용 항공레저시대를 여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묵묵히 정진하는 것 말고는 해답이 없습니다. 아직도 항공·우주시대는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았어요. 연구자들이 초석을 다진다는 마음가짐으로 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보상은 없겠지만, 후배들한테는 좋은 항공우주 개발 환경을 물려줘야 합니다. 그런 사명감, 책임감을 느낍니다.” ?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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