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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07일(金)
박근혜 상대 손배소 過猶不及(과유불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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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사회부 부장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1주일에 4번 형사재판을 받는 강행군을 벌이는 가운데, 지난달 26일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묘한 민사재판이 열렸다.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에서 국민 5001명이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재판이 개시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가 5000명을 온라인으로 모집하고 자신까지 원고로 가세해 제기한 소송이다.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1인당 50만 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기 3일 전인 지난해 12월 6일 소장이 접수됐다. 이후 4160명이 올해 1월 4일 2차로 소송을 접수했으며, 416명의 3차 소송 접수가 6월 22일에 있었다. 그래서 총 9577명이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실정 또는 위법행위가 위자료 청구 대상이 되느냐를 놓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민사소송 대상도 아니고, 정치투쟁·선전전의 연장인 만큼 각하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곽 변호사는 대통령의 범죄행위로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고 맞섰다. 그러나 재판장이 이 소송의 진실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함종식 부장판사는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이 인용되면 전 국민이 소송을 거는 것 아닌가. 박 전 대통령이 이를 갚을 금전적 여유도 없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곽 변호사는 “그럴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는 일이죠”라고 답해 방청객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더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국민이 없다고 가정해도, 박 전 대통령이 패소 시 감당해야 할 배상액은 50억 원 가까이 된다. 손해배상을 요구한 측에서 박 전 대통령 재산에 대한 가압류 신청을 하지 않는 것도 실제로 돈을 받아내겠다는 것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방증이란 지적도 있다.

‘국정농단 사태로 정신적인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손해배상 청구가 과연 가능한가. 법조계의 의견은 대체로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모인다. 국정농단 뉴스를 보다 스트레스를 받아 혈압이 올라갔다, 불면증·우울증·위장병에 걸렸다, 그 문제로 회사 동료와 싸웠다, 부부싸움을 했다는 등의 사람들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배상을 하기엔 그 손해가 구체적이지 않고,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통령 재직 때 직무를 제대로 못 해 국민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면 고위공직자들은 대부분 유사한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심지어 오원춘 같은 흉악범에게 ‘정신적 충격을 받아 외출하기 두렵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이 소송은 무엇보다 노 전 대통령의 사위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오해를 받기 딱 좋다. 소송을 제기한 시점상 탄핵 성사에 힘을 보태기 위한 여론전의 성격이 있어 보인다. 이제 탄핵이 성사돼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 갇혀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민사소송을 철회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혹은 그 이상 민사소송이 이어져 필요 이상의 잔인함과 용렬함, 나쁜 정치적 의도 등으로 여론에 읽히면 역풍을 맞을지도 모른다. sdgim@
e-mail 김세동 기자 / 사회부 / 부장 김세동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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