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4일 경기 화성시 남양읍 현대·기아자동차기술연구소 NVH시험동의 무향실에서 사운드디자인리서치랩 연구원들이 기아차 스팅어의 엔진 배기음을 점검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제공
車 제어기와 오디오 활용해
엔진음에 가상엔진음 융합
최적화된 실내 사운드 구현
5가지 주행 모드 別 다르고
엔진종류따라 소리 차별화
‘으르렁’소리가 개발 콘셉트
14일 오후 찾은 경기 화성시 남양읍 현대·기아자동차기술연구소 NVH시험동 하시니스(Harshness·잡소리)시험실. 천장과 벽, 바닥 등에 음반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설계된 이른바 무향실(anechoic room) 중앙에는 지난 5월 출시된 기아차 스포츠세단 ‘스팅어(Stinger)’가 보닛을 열어젖힌 채 서 있었다. 운전석에는 현대차그룹 사운드디자인리서치랩 글로벌R&D마스터를 맡고 있는 장경진 책임연구원이 헤드폰을 끼고 차량 곳곳에 설치한 측정장비를 통해 엔진음의 이상 여부를 검사하고 있었다. 장 책임연구원은 “오는 10월 스팅어 유럽 출시를 앞두고 8월 현지에서 열리는 미디어 시승행사에 대비해 ‘액티브 엔진 사운드(AES)’를 비롯한 차량 음향시스템이 정상 작동하는지 최종 점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액티브 엔진 사운드는 차량의 주행감성을 높이기 위해 각각의 주행모드 특성에 따라 가속페달을 밟을 때 엔진음을 조율해 들려주는 기술로 현대차그룹은 기아차 최초로 스팅어에 해당 기술을 적용했다. 8가지 소리를 조합해 에코, 컴포트, 스포츠 등 5가지 주행 모드별로 달라지는 엔진회전수(rpm)에 따라 각각의 사운드 신호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주행 과정에서 액티브 엔진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소리를 확인하기 위해 스팅어를 타고 연구소 내 외부소음시험로로 나섰다. 처음 시동을 켤 때는 그리 도드라지지 않은 평범한 엔진음이 들려왔지만 트랙에 올라 가속페달에 발을 얹자 ‘부우웅’하는 소리와 ‘드드드’하는 소리, ‘우~웅’하는 소리 등이 합쳐져 묵직하면서도 날카로운 배기음이 연신 터져 나왔다. 특히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살짝 가속페달을 밟을 때는 마치 호랑이가 ‘으르렁’대는 느낌의 소리가 실내를 울렸다.
현대차그룹이 액티브 엔진 사운드 기술을 개발한 것은 스팅어를 비롯한 스포츠세단에서 결코 빠뜨릴 수 없는 감성적 요소가 바로 가슴을 울리는 사운드이기 때문이다. 사실 최근에는 소음 및 환경규제가 엄격해지고 터보 엔진이 늘면서 시끄러운 배기음을 내는 차량들이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스포츠세단을 찾는 운전자들의 가슴을 두방망이 치게 하는 데는 여전히 짧은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이나 치솟는 속도계 바늘보다 ‘부아앙’하고 터지는 배기음 한 방이 더 효과적이다.
과거 자동차업계의 소리 관련 연구는 이른바 NVH(소음·진동·잡소리)를 최대한 줄이는 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단순히 소리를 줄이는 것을 넘어 운전자의 주행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좋은 소리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소리를 조합하거나 조율해 보다 좋은 소리를 만드는 포괄적 개념의 사운드 연구가 본격화됐다. 현재는 BMW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포드 등이 관련 기술을 활용 중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2012년부터 연구 조직을 만들어 수많은 연구와 시행착오 끝에 액티브 엔진 사운드 기술을 완성했다.
액티브 엔진 사운드 기술은 차량 내 제어기와 오디오 스피커를 활용해 구현된다. 원래의 엔진음과 제어 과정을 통해 구현한 가상엔진음이 융합돼 주행 특성에 최적화된 실내 엔진음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5가지 주행모드별로 소리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 3.3 터보 가솔린과 2.0 터보 가솔린, 2.2 디젤 등 엔진 라인업에 따라서도 서로 다른 소리를 낸다. 또 운전자는 액티브 엔진 사운드로 완성된 소리를 강화하거나 제한할 수도 있다.
현재 액티브 엔진 사운드 기술은 브랜드나 특정 모델의 정체성을 소리로 표현하는 데까지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안정적이면서도 밝고 다이내믹한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중고음을 강조하는 반면 기아차의 경우 저음을 강조해 다채롭고 변화를 추구하는 느낌을 주는 식이다. 여기에 더해 스팅어는 조화롭고(Harmonic) 안정적(Stable)이면서도 으르렁거리는(Rumbling) 소리를 개발 콘셉트로 설정해 실제 사운드가 완성됐다는 설명이다.
화성=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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