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시민교육 현장을 가다>핀란드 도서관은 ‘사회통합 전진기지’

- 한쪽선 유아 인형극… 다른쪽선 어르신 토론·이주민 언어실습

1인당 도서관 방문횟수 9.5회
도서대출 17.2권 ‘세계 최고’
전체 778곳…주민 80% 이용

지난 8일 핀란드 수도 헬싱키 동쪽에 자리한 이타케스쿠스 시립도서관. 3~4세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은 젊은 부모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인형극과 음악 공연이 예정된 날이었기 때문이다. 일부 어린이에겐 이날 생애 첫 공연 관람 기회였다. 다른 한쪽에선 나이 지긋한 어르신 몇몇이 각기 책을 손에 든 채 안락의자에 앉아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핀란드에서는 도서관이 단지 책 읽는 곳이 아니라 문화와 교육, 토론의 공간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타케스쿠스 도서관은 시민들을 위한 각종 행사 개최와 토론그룹 운영에 많은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이 도서관에 소속된 2개의 토론그룹 중 하나는 오는 9월이면 창립 10년을 맞는다. 이용자는 다양하다. 성인교육센터에서 핀란드어를 막 배우고 있는 이주민들은 토론그룹 활동을 통해 일종의 언어 실습 기회를 갖는다. 도서관이 사회통합(integration) 프로그램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도서관은 특히 이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 특성을 감안해 사회통합 기능을 수행하는 데 많은 투자를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이와 별도로 다양한 독서모임도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 도서관에서는 은퇴한 어르신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책을 읽고 토론을 벌이는 독서모임이 가장 활성화돼 있다. 이 도서관에서 23년간 사서로 일했다는 레나 에스켈리넨(여)은 “역사적으로 핀란드 정부는 빈곤층과 노동자를 계몽하기 위해 공공 도서관을 건립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빈부 격차를 뛰어넘어 지적 평등을 이룸으로써 민주주의의 수준을 높여 왔다고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핀란드의 공공 도서관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로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위치한 공공 도서관의 1인당 책 대여 규모는 연간 평균 17.2권(2013년 기준), 1인당 방문횟수는 9.5회다. 핀란드 전역에는 지역 주민의 80% 이상이 이용하는 이런 공공 도서관 778개가 분포해 있다.

핀란드 정부는 공공도서관법에 따라 전국 도서관의 서비스를 균질하게 유지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1928년 제정된 이 법을 근거로 핀란드의 모든 공공 도서관이 교육·문화에 접근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 제공, 평생교육 기회 제공, 표현의 자유 증진, 역량 강화 기회 제공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헬싱키(핀란드)=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