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증세’ 논란>黨·政 던지자 靑서 화답… 작전하듯 ‘증세론 띄우기’

부담스러운 靑대신 與서 총대
안팎서 “사전교감 있었을 듯”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및 100대 과제 발표 하루 만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마치 각본이라도 짠 듯 잇달아 증세론을 주장하면서, 여당발(發) 증세 논의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증세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청와대 대신 당·정이 ‘총대를 메고’ 전면에 나선 것이다. 21일 여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정은 추 대표가 발언한 대로 법인세 최고구간 신설·세율 인상과 소득세 최고구간 세율 인상을 추진해 오는 8월 2일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할 세제개편안에 포함, 내년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또 소득세 3억 원 초과∼5억 원 미만 구간 신설과 재산세·상속세 등 추가 증세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소득세·법인세 증세는 우리 당에서 지난 18대 국회 때부터 줄기차게 주장해 왔던 공약 중 하나”라며 “당초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도 있으니 천천히 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정권 초에 세입·세출 문제를 정확히 짚고 넘어가는 게 좋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증세 대상이 한정적인 데다가, 당 지지율이 높은 만큼 지금 증세를 추진해도 내년 지방선거 지지율에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도 반영됐다.

이날 충북 청주 호우 피해 현장을 방문한 추 대표는 “긴축재정 기조로 가려 했지만, 대한민국 경제만 국정농단과 국정 공백으로 후퇴하고 있기에 확대재정정책을 적극 펼쳐 빨리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확대재정정책을 하기 위해선 세수 기반이 확보돼야 하는데 간접세로 하면 또다시 서민에게 고통을 주는 것인 만큼 초대기업·초고소득자를 대상으로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세금을 좀 더 내주시라고 호소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추 대표가 밝힌 증세 안 외에 3억 원 초과 5억 원 미만 소득세 구간을 신설해 소득세율을 따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기획위 출신의 한 민주당 의원은 “일단 내년부터 적용되는 세입 개편안에는 법인세·소득세 증세만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민주당 내에서 단계적으로 (증세를 바탕으로 한) 세입 구조 개혁을 논의하고 있는 만큼, 증세 폭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앞서 국정기획위는 조세개혁특위를 마련해 올해 하반기부터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보유세 강화·양도세 중과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단계적으로 상속세·증여세, 재산세 등을 증세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새 정부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한 지 하루 만인 20일 추 대표와 김 장관이 입을 맞춘 듯 함께 증세 화두를 꺼낸 것에 대해 정치권에선 “당·정·청의 ‘사전 교감’이 충분했기에 가능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추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와는 영수회담 전부터 쭉 재정에 대한 교감이 있었다”며 “(청와대와의) 교감 없이 여당 대표가 어떻게 (증세 안을) 내놓을 수 있겠나”라고 했다.

이후연·박효목·송유근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