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크낙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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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낙새’ 하면 경기도 광릉 숲이 떠오른다. 그런데 지금 이곳 광릉 숲에도 ‘크낙새’는 없다. 1990년대 초를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지금은 비무장지대 너머 개성 인근 산림 지역에서나 이 새를 볼 수 있다고 하니 여간 안타깝지가 않다.

‘크낙새’라는 단어는 문헌에 잘 나타나지 않는다. 사전으로는 『큰사전』(1957)에 처음 보이는데, 특이하게도 ‘골락새’의 비표준어로 표시되어 있다. ‘골락새’는 ‘골락’과 ‘새’가 결합한 어형이며, ‘골락’은 새의 울음소리를 본뜬 의성어로 추정된다. 새가 ‘골락골락’ 하고 울어서 붙여진 이름임을 알 수 있다.

‘크낙새’에 대해서는 이를 ‘큰(大)’과 ‘악(口)’과 ‘새(鳥)’로 분석한 뒤, ‘큰 입을 가진 새’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입아귀, 악다구니, 악머구리’ 등에서 ‘口’의 ‘악’이 확인되고, 또 실제 ‘크낙새’의 입이 크다는 점이 이와 같은 어원설을 뒷받침할 수 있으나 올바른 해석은 아니다. ‘크낙새’는 북한어 ‘클락새’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클락새’는 이 새가 주로 활동하는 아침과 저녁에 ‘클락클락’ 하는 특이한 소리를 내며 운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클락새’에서 먼저 동음(同音) ‘ㄹ’이 탈락하여 ‘크락새’가 되고, 그다음 ‘크락새’에서 제2음절의 두음 ‘ㄹ’이 ‘ㄴ’으로 변하여 ‘크낙새’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크낙새’는 ‘클락새’와 마찬가지로 ‘클락클락 하고 우는 새’로 해석된다.

‘크낙새’가 북한어 ‘클락새’에서 온 것이므로 『큰사전』에서 이를 비표준어로 처리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현재 ‘크낙새’는 ‘골락새’와 더불어 표준어이다. 비표준어였던 ‘크낙새’가 표준어로 인정된 것도 특이하거니와 이것이 기존의 표준어인 ‘골락새’를 제치고 세력을 잡은 것도 특별하다. 광릉 숲에서 다시 크낙새를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