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靑 캐비닛 문건’ 침묵

특검, 삼성 재판에 증거로 제출
김기춘·조윤선 27일 1심 선고

국정 농단 사태를 알고도 묵인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최근 청와대 캐비닛에서 발견된 박근혜 정부의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보고서에 대해 24일 “지난번에 다 말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22일 청와대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건 16종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거로 제출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우 전 수석은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가”라는 취재진의 추가 질문에도 아무 대답 없이 법정으로 들어갔다. 우 전 수석이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 재판에서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다”며 관련성을 강력하게 부인했던 것과는 기류가 다소 달라졌다는 평가다. 이날 특검 측은 “2014년 하반기 당시 민정비서관(우 전 수석)의 지시에 따라 행정관들이 삼성 경영권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민정비서관에게 보고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해당 문건과 작성자 진술 사본을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한편,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 및 지시와 관련한 약 6개월간의 법정 공방 끝에 27일 법원의 첫 판단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는 27일 오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1)·김종덕(60)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7명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연다. 결심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 측은 김 전 실장에게는 징역 7년, 조 전 장관에게는 징역 6년을 비롯해 피고인 전원에게 실형을 구형했다. 이들 피고인은 리스트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주장해왔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