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추가조사… 법관회의, 사실상 후퇴 후임 대법원장에 넘겨

불출석 판사들 늘어나
추진동력 약화 가능성

전국법관대표회의의 동력이 약화하는 기류다. 참가자들 내부에서 회의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25일 “법관회의 활동에 대한 일각의 정치적 평가에 대해 판사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두 차례의 회의를 거친 뒤 9월 11일 3차 회의가 예정돼 있다. 전날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2차 회의에서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를 양승태 대법원장의 후임에게 요구하는 것으로 미루면서 추가조사 의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후퇴했다. 이날 회의에는 지난 6월 1차 회의 직후 설민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불참 의사를 표명한 상황에서 다른 4명의 판사도 사전에 불출석 의사를 밝히고 나오지 않았다. 불출석 판사들이 늘어나는데 각급 법원별로 판사회의를 통한 충원이 되지 않을 경우 법관회의의 대표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법관회의 측은 양 대법원장이 ‘블랙리스트’ 추가조사 요구를 거부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3차 회의에서는 법원의 제도개선 문제와 법관의 독립성 보장 의제에 초점을 두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양 대법원장이 추가조사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계속 요구해봤자 ‘실익이 없다’는 법원 내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현안조사소위원장을 맡은 최한돈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20일 사의 표명이란 배수진을 쳤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해당 의제를 부각시키려 해도 2개월 후 퇴임하는 양 대법원장이 추가조사를 완강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뚜렷한 해법이 없기 때문이다.

3차 회의부터 판사의 독립보장과 민주적 사법행정 실현 등의 구체적 방안 마련을 위한 ‘제도개선 특별위원회’ 활동이 주가 될 것으로 보이는 배경이다. 제도개선 특위에선 법원행정처 개혁 방안에 방점을 두고 재판지원 기능 외 권한 축소 및 조직 재구성, 권한행사에 대한 실질적 견제 장치 마련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제도개선 측면에선 고등법원 부장판사 보임 폐지 및 지방·고등법원 이원화, 제1심의 단독화 및 충실한 심리가 의제로 다뤄진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