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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26일(水)
‘운전석’보다 더 중요한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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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정치부 부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한·미 정상회담 기간 워싱턴에서 “남북관계에서 주변국에 기대지 않고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도해 나가겠다”고 한 ‘운전석 주도론’은 그 연륜이 깊다.

중뿔날 것도 없는 북한이 한국을 깡그리 무시하며 통미봉남(通美封南)하고, 미국 대북실무자들이 남북관계 운전석에 앉고 정작 한국 대통령은 조수석에 앉은 데 대한 낭패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 1998년 6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 대통령이 핸들을 잡고 나는 보조하겠다”며 한국을 운전석에 배려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는 김 대통령이 주도해달라”며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 지지를 선언했지만, 결과는 한·미가 원치 않은 방향으로 전개됐다. 아사 직전 김정일의 북한은 기사회생했고, 북한 핵무장이 현실화하면서 한·미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

문재인 정부 햇볕정책 시즌2, 이른바 문샤인 정책 설계사들은, 운전석에 앉아 남북관계를 주도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대신 조수석에 앉아 주도권을 상실했다며 보수정부 대북정책 성토에 열을 올렸다.

“당시 우리 정부는 운전석에 앉아서 9·19 공동성명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런데 지금은 조수석에 앉아 있다. 그럼 운전석에는 누가 앉아 있나? 미국이다. 그것도 미국의 차관보급 관리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다.” 2014년 12월 토크콘서트에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을 성토하며 한 말이다. 문정인 특보도 당시 “남북관계 개선은 생각하지 않은 채 북한을 악마화·적대화하면서 한·미 동맹이 있어야 북한을 다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가세했다. 최근 이 전 장관은 “대북 제재는 효험 없는 부적”이라고 했고, 문 특보는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사드 때문에 동맹이 깨진다면 이게 동맹이냐”고 언성을 높인 것과 일맥상통한다. 햇볕정책 설계사들의 공통점은 예나 지금이나 핵무장하는 북한 정권의 의도는 선의로 해석하는 대신, 동맹의 역할은 저평가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후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해결할 힘이 없다”고 토로한 것은 ‘운전석 주도론’의 한계를 인식했다는 의미로 들린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남북군사회담 제의 등 남북관계 개선 노력에 코웃음을 치며 미사일 도발로 대응하고 있다. ‘초강력 제재’를 앞세운 조수석과의 불화설도 나온다. 북핵을 심각한 위협으로 여긴 조수가 차를 갈아타고 마이웨이를 선언할지도 모른다. 핵무장을 정권 유지의 안전판으로 여기는 김정은은 핵 폐기 요구를 체제전복 행위로 간주하는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돈으로 평화 사기’나 대화 우선 등 햇볕정책 아류로 북핵 폐기를 성취할 수 있다는 생각은 수도꼭지에서 숭늉 찾기다. 한·미·일 동맹과 국제사회 협력을 총동원해 중국을 북핵 폐기 공조의 틀로 끌어들이는 것이 최선이다. 지금은 누가 운전대를 잡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한·미 정상이 치밀한 공조로 최신 북핵 폐기 프로그램을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불협화음 없이 북핵 폐기 공조의 길로 나아가야 김정은을 바꾸고 개혁·개방의 길로 안내할 수 있다.

cs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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