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검찰중립 위해… ‘할 말은 하는’ 총장 나오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각오 다지며… 문무일 검찰총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문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검찰개혁을 당부했다. 김동훈 기자 dhk@

‘漢詩낭송’은 의지피력 해석
검찰에 “기본책무 충실”강조

문무일 검찰총장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대면 자리에서 ‘청와대와 검찰 입장은 다르다’라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한 한시(漢詩)를 굳이 읊은 것과 관련, ‘청와대의 방침과 어긋나더라도 검찰개혁 논의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는 검찰의 의지를 피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상견례 자리에서부터 ‘미묘한 파장’을 일으킨 문 총장이 검찰개혁 논의 ‘본 게임’에서는 청와대 방식의 검찰개혁이 국민 권익, 인권, 검찰 중립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는 논리로 청와대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관계자는 26일 “문 총장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검찰개혁안을 도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며 “문 총장에 대한 검찰 구성원들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는 “문 총장이 검찰개혁과 관련해 타협점을 잘 찾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문 총장이 청와대 등 외부의 입김을 막아 ‘검찰 중립’을 지키는 역할을 과거 어느 총장보다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이는 전날 문 총장의 ‘청와대 한시 낭송’ 사건과 무관치 않다. 문 총장은 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서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라네…’라는 내용의 대만 학자 난화이진(南懷瑾)의 한시를 읊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검찰 개혁에 대한 청와대와 검찰의 입장이 다르다”라는 점을 은유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문 총장은 전날 취임식에서는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검찰 기본 책무를 변함없이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며 “부정부패 수사와 사회의 구조적 비리 수사에 엄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검찰이 불편부당한 수사를 벌이면, 국민 비난 여론이 줄어드는 동시에 검찰 수사권을 빼앗는 방식의 급진적 검찰개혁 시도도 없을 것이라는 인식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