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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08일(火)
지방의원의 일탈과 정치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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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권 전국부장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뒤 고향인 지방으로 내려가 바닥 정치부터 시작해 성공한 정치인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낙향해 강원 홍천에서 군의원, 도의원을 거쳐 국회의원 3선 고지에 오른 황영철 바른정당 의원과 성균관대를 나와 전남 여수에서 도의원과 여수시장을 지낸 4선의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물난리 외유도 모자라 비판 여론을 ‘레밍’ 발언으로 해명하려 해 논란의 중심에 선 김학철 충북 도의원도 그런 길을 걷는 정치인이다. 지난 3월 청주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찬성한 국회의원을 ‘위험한 미친개’에 비유한 그는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나름 주목받는 젊은 정치인이었다.

김 도의원은 조기 귀국 압박을 받고 귀국한 뒤에도 민심과 동떨어진 무리수를 계속 두고 있다. 국내에 머물며 수해 복구 작업을 하는 것보다 유럽에서 많은 것을 배워 오는 것이 국가나 지역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김 도의원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인은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뽑아 준 유권자가 아니라고 하는 것을 해선 안 된다. 대중의 요구에 무조건 따르라는 것이 아니라 민심과 소통하며 호응하라는 거다. 그게 정치다.

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는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 윤리로 ‘신념 윤리’와 ‘책임 윤리’를 강조했다. 외부적 제재나 보상이 없다 하더라도 내면적 믿음을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 신념 윤리다. 하지만 신념 윤리는 자신의 신념과 배치되는 어떤 타협도 거부하거나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도덕적’ 태도이기에 무책임하고 위험할 수 있다. 이런 신념 윤리의 맹목성을 견제하는 것이 책임 윤리다.

김 도의원의 경우 신념 윤리는 강한지 모르겠지만, 책임 윤리는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충북도의회의 윤리강령과 윤리실천규범을 살펴봤다. 윤리강령 1항에는 ‘도민의 의사를 충실히 대변한다’는 조항이 있다. 최악의 물난리 와중에 외유를 떠났고, 국민을 쥐에 비유한 김 도의원의 행위는 도민의 의사에 반하는 강령 위반이다.

내년 개헌 투표를 앞두고 지방 분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방 분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방 의원의 자질 향상과 함께 정치적 윤리 의식의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지방의회의 윤리강령과 윤리실천규범을 보면 지방 분권이 제대로 시행될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거의 모든 지방의회의 윤리강령은 1991년 제정된 국회 윤리강령에서 ‘국회의원’을 ‘시의원’ ‘도의원’으로 바꾸면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을 정도로 복사판이다. 이런 윤리 규범으로 지방 의원의 정치적 일탈을 막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미국 하원의 윤리 규범(ethics code)은 40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방대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의원 사무실에서 의원 개인의 선거 활동을 금지할 정도로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지방 분권 시대를 앞두고 지방 의원의 일탈을 막고 지방 정치를 바로 세우는 일은, 있으나 마나 한 사문화된 지방의회의 윤리 규범을 바꾸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yb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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