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 담합조사?… 정부의 ‘자가당착’

1991년부터 통신요금인가제
사실상 정부가 요금 관리한 셈
“데이터요금제’도 黨政이 주도

업계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지”

지난 주말 공정거래위원회가 통신요금담합 의혹 관련 이동통신 3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한 가운데 이번 조사가 정부의 ‘자가당착(自家撞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요금인가제를 통해 사실상 정부가 요금을 관리해온 데다가 공정위가 담합의 주요 근거로 보고 있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음성 통화 무제한, 데이터 사용에 따라 과금)’의 경우 2015년 도입 당시 정치권과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 보편요금제 도입 시 담합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9∼11일 이통 3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특히 공정위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이통 3사가 모두 유사하게 판매한 점, 2015년 데이터 중심 요금제 발표 당시 이통 3사가 며칠 사이에 유사 상품을 발표한 점을 두고 담합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이통 시장의 경우 1991년부터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제시하는 요금제를 사전에 정부가 인가하는 통신요금인가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요금인가제를 통해 선도 사업자가 정부 인가 후 요금제를 출시하면 후발 사업자가 따라 오는 구조를 정부가 주도했다는 의미다. 물론 해당 제도는 국내에만 있는 이른바 ‘갈라파고스 규제’다.

더욱이 2015년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과 정부가 주도해 도입한 제도다. 실제 새누리당은 SK텔레콤이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를 발표한 5월 19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새누리당과 정부는 당정협의를 통해 이동통신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에 보편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이 같은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하단 요금제에 해당하는 보편요금제를 정부가 설계해 이통사에 출시를 의무화하면 해당 요금제의 데이터당 가격을 기준으로 상위 요금제 또한 가격이 결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통 3사의 요금제가 지금보다 더욱 유사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요금인가제가 있어서 사업자는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 담합이라고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