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지금 글로벌 부동산시장은…저금리·유동성 확대로 부동산 가격 ‘상승 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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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계부채 심한 스위스·濠·加·스웨덴 ‘위험수위’

각국 고강도 부동산 대책 불구
대도시 집값은 오히려 상승세
부동산發 금융위기 적극 대처
재발 가능성은 크지 않을 듯

거품심한 밴쿠버 등 6개 도시
16년동안 집값 평균 50% 올라
가계부채 급증 中금융위기 우려
한국도 ‘부동산 리스크’에 노출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자 정부가 이달 초 대대적인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은 우리나라만 겪고 있는 현상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곤두박질쳤던 글로벌 부동산 가격이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에 힘입어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더니 현재는 금융위기 당시 수준에 거의 근접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만 국가별로는 다소 차이가 난다. 한국은행의 글로벌 부채 현황과 시사점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캐나다, 스웨덴 등 금융위기 영향을 덜 받았던 일부 선진국은 금융위기 이후에도 별다른 조정 없이 높은 가계부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교적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덜 받았던 우리나라 역시 이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계부채 증감은 주택 가격과 이와 관련한 모기지 대출 변동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반면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 아일랜드, 스페인 등 유로지역 재정취약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0년 정점을 찍은 뒤 최근까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신흥국에서는 중국의 가계부채 증가세가 뚜렷하다. 대부분의 선진국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지만 상승 속도가 워낙 거세 중국발(發) 금융위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에선 가계부채 임계치를 넘어선 국가로 △스위스(128.4%) △호주(123.1%) △노르웨이(101.6%) △캐나다(101.0%) △스웨덴(85.7%) 등을 꼽았다. 가계부채가 위험 수위에 달했음을 나타내는 임계치는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GDP 대비 75%(세계경제포럼·WEF)~85%(국제결제은행·BIS)가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6년 말 기준 GDP 대비 92.8%니까 이들 국가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리스크(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은 보고서는 “호주, 캐나다, 스웨덴 등 일부 선진국이 높은 부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가계부채가 높은 선진국은 복지제도의 발달이 미래의 연금 소득에 기반을 둔 차입의 유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복지제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우리나라를 이들 국가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금리가 상승하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소비와 투자가 제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호주, 캐나다 등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최근 각종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러한 정책이 좀처럼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부동산정보회사 코어로직에 따르면 호주 시드니와 멜버른의 6월 집값은 각각 2.2%, 2.7% 상승했다. 최근 1년 사이 멜버른과 시드니의 집값은 13.7%, 12.2% 뛰었다. 호주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올렸고 시드니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스주는 7월부터 외국인 주택 구매자에게 부과하는 특별부가세 세율을 4.0%에서 8.0%로 대폭 인상했다. 하지만 시드니 등 대도시 주택 가격은 뉴사우스웨일스주의 규제 내용이 발표된 지난 6월부터 오히려 상승세로 돌아섰다. 호주중앙은행(RBA)이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5%로 유지하고 있는 데다 이민자 수요도 늘어나면서 집값 상승이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캐나다에서는 6개 대도시의 6월 단독주택 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2.7% 상승했다. 특히 토론토의 단독주택 가격지수가 3.7% 올랐고 퀘벡시티와 밴쿠버도 3.7%, 2.5%씩 올랐다. 온타리오주는 지난해 가을 대출기준을 강화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최근 캐나다 중앙은행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춰 7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올렸다.

한편 지난해 6월 스위스 UBS가 발표한 글로벌 부동산거품지수에 따르면 밴쿠버가 거품 수준이 가장 높았고 런던, 스톡홀름, 시드니, 뮌헨, 홍콩 등이 거품 영역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됐다. UBS는 금융업이 발달한 18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거품이 심한 6개 도시는 2001년 이후 지금까지 부동산 가격이 평균 50% 가깝게 오른 반면 다른 도시들은 15% 미만의 상승률을 보였다. 유럽시스템리스크위원회(ESRB)는 최근 영국, 덴마크, 스웨덴, 네덜란드, 벨기에 등 8개국 주택 시장의 취약성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은 것은 맞지만 또다시 금융위기를 맞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지적한다. 금융위기 당시에는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지만 현재는 국가별 편차가 커서 위기 발생 여지가 적고, 당시 부동산 가격 상승은 주로 부채에 의한 것이었던 반면 현재는 저금리와 함께 공급 부족에 주로 기인하다고 IMF는 지적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경각심을 갖게 된 각국의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련 정책을 많이 마련했고 IMF 등 관련 국제기구 역시 분석 도구를 만들어 보다 기민하게 부동산발 금융위기에 대처하고 있어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은 작다는 게 시장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