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수표 동생 전세금 사용’ 결정적… 대법관 13명 전원 합의체서 “有罪”

‘한명숙 사건’ 판결 근거는… 추징금 8억여원 환수 ‘난항’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던 한명숙(73) 전 국무총리가 23일 만기 출소하면서 여권 일각에서 “애초 검찰의 수사·기소도, 재판도 문제였다”고 주장하자, 법조계 안팎에서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부정하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당시 열린우리당 대선 후보 경선 비용을 명목으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선 무죄가 선고됐지만, 2심의 판단은 달라 유죄(징역 2년)가 선고됐다. 대법원은 3억 원에 대해서는 대법관 13명 전원이, 나머지 6억 원에 대해서는 8명이 유죄로 인정해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8000만 원을 확정 선고했다.

대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린 데는 한만호 전 대표가 1차 자금을 조성할 때 포함됐다고 말한 1억 원짜리 수표를 한 전 총리의 동생이 전세자금으로 사용한 점이 결정적이었다. 한 전 총리의 동생과 한 전 대표는 아는 사이가 아니었으므로,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아 동생에게 넘겨줬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애초 1심에서 무죄가 나온 건 검찰 수사에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했던 한 전 대표가 재판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했기 때문이었다. 1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주장을 믿기는 어렵지만, 9억 원을 받았다는 직접적 증거가 한 전 대표의 검찰 진술뿐인 상황에서 진술의 일관성 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한 전 대표가 1심 법정에서 검찰 진술을 전면 번복했더라도, 여러 정황을 종합할 때 검찰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유죄를 선고했고,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한편 한 전 총리에 대한 추징금 8억8000만 원 환수 작업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검찰은 대법원 선고 직후 ‘한명숙 추징금 환수팀’을 꾸리고 한 전 총리에 대한 교도소 영치금까지 추징하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한 전 총리 측에서 이의 소송까지 제기하면서 추징금 국고 환수는 계속 지연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