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四面楚歌… 인터넷銀에 치이고, 간편결제에 받히고

삼성페이 月 500만명 사용 등
간편결제 1년새 3배이상 늘어

카드사 주요무대인 결제시장서
ICT업체에 밀려 수익성 악화

카뱅 등 인터넷은행 低금리에
카드론·현금서비스 수요 뺏겨

국내 카드업계가 사면초가 상황에 놓였다. 안방 무대로 여겼던 결제시장에서 정보통신기술(ICT)업체와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으로 위상은 떨어지고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수년 내 카드사가 모두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타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간편결제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더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 경향이 커지고 이에 맞춰 비금융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의 간편결제 시장 진출이 늘어나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2017년 1·4분기 중 전자 지급 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하루 평균 44만200여 건에 불과했던 간편 결제 건수는 지난 1분기 133만3200여 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결제 액수의 증가 폭은 더 커서 같은 기간 하루 평균 135억 원에서 447억 원으로 3.3배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간편결제가 전체 비현금 결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성장 속도가 가팔라 신용카드 시장을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현재 삼성전자의 ‘삼성페이’와 네이버의 ‘네이버페이’를 쌍두마차로, NHN엔터테인먼트의 ‘페이코’, 카카오의 ‘카카오페이’등 수십 개의 간편결제 서비스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카드업계에선 향후 결제시장의 주도권이 이들 플랫폼 업체로 넘어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상당하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한 달에 500만 명이 사용하는 삼성페이에 우리 회사만 빠지면 고객불편이 큰데 빠질 수 있겠냐”면서 “이렇게 되면 실물 카드를 쓰려는 사람이 감소할 수밖에 없지만 페이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참여하지 않을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엔 결제구조 자체를 카드사와 밴(VAN)사 등을 거치지 않고 간편결제사업자와 가맹점이 직접 결제프로세스를 구축하는 ‘앱 투 앱(App-to-App )’방식도 검토되고 있어 카드사엔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최근 등장한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도 걱정거리다. 낮은 이자(저리·低利)와 높은 대출 한도로 무장해 카드사의 절대적인 수익원인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수요를 빼앗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도 카드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수년간의 법정 최고 금리 인하와 우대수수료율 인하 압박(?) 영향 등으로 올해 상반기 8개 카드 전업사의 순이익(5370억 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9584억 원)대비 44% 감소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러다 카드사들이 모두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라면서 “전업 카드사는 매물로, 은행계열 카드사는 다시 은행 안으로 편입되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고 우려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