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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31일(木)
‘책의 해’와 知性의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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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문화부 부장

내년 정부 예산안이 올해보다 7.1%나 늘어난 429조 원으로 확정됐지만, 문화 관련 예산은 크게 줄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평창동계올림픽 기반 시설 지원 종료 등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주 무대였던 스포츠와 콘텐츠 사업들이 조정된 결과이다. 삶의 질과 직결되고 삶의 기반을 제공하며 최근엔 산업과 일자리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뛰어난 문화가 비리의 온상이 돼 자기주장을 제대로 못 하게 된 수세적 상황이 안타깝다.

문체부의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9.2%나 줄어든 5조1730억 원으로 전체 정부 예산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1%를 유지하고 있지만, 문체부가 담당하고 있는 관광, 체육 분야를 빼고 문화 예술과 콘텐츠 등 문화 쪽만 따지면 2조3000억 원대로 0.5% 수준에 그친다. 게다가 사회 발전 단계에 따라 전통적인 문화 정책 이외에 예술인 복지, 예술가 창업, 예술 교육같이 새로운 긴급 과제들이 속속 등장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예산 규모에서 드러난 줄어든 사회적 관심이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이런 중에 놀랍게도 예산이 증액된 분야가 있다. ‘책’ 관련 예산으로 한동안 300억 원대에 머물다 내년에 처음으로 400억 원대로 오른다. 다들 책을 문화의 기초라고 말하지만 정작 ‘예산 따기’는 참 어렵다. 책 관련 이야기를 꺼낼 때 예산 관련 부처에서 가장 빈번하게 돌아오는 말은 이런 것들이다. “종이 출판은 이제 하향 산업이잖아.”

이런 상황에서 책 예산이 늘어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위기 덕분이다. 올해 초 대형 도매상인 송인서적 부도로 출판사들이 줄줄이 타격을 입으면서 출판에 대한 관심이 강제로 소환된 결과이다. 이에 문체부는 내년을 ‘책의 해’로 정해 국민독서 운동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히고 있다. 내년 ‘책의 해’ 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15억 원. 문체부는 50억 원을 요구했지만 깎이고 깎여 사업 자체가 백지화될 위기까지 갔다가 막판 뒤집기를 통해 15억 원을 편성 받았다. 아직 구체적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학교 독서운동, 생애 주기별 독서운동, 일상 속 책 읽기 등 독서 문화를 다지는 쪽으로 잡고 있다.

사실 ‘책의 해’는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이미 20여 년 전인 1993년 정부가 ‘책의 해’로 정해 여러 행사를 벌였다. 새로운 지식과 정보의 세기를 예감하며 ‘책을 펴자, 미래를 열자’는 구호와 함께 책 헌장을 선포하고, 도서관과 서점에 책 안내센터를 개설했었다. 그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편제’ 등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쏟아지면서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받기도 했지만, 20여 년의 과제는 여전하고 책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책의 해’가 다시 불려나왔다.

25년 만에 돌아오는 ‘책의 해’에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책에 대한 관심을 환기한다는 점에선 언제나 긍정적이지만, 일회성 행사로 그치면 안 한만 못하기 때문이다. 멀리 내다보고 책으로 대표되는 성찰, 사유, 공감 같은 덕목을 중요하게 여기는 정책들이 이어졌으면 한다. ‘책의 해’에만 국한된 바람이 아니다. 성과가 즉시 나타나고 돈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아도 개인과 사회적 삶의 근본이 되는 문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chm@
e-mail 최현미 기자 / 문화부 / 부장 최현미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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