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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01일(金)
‘5년간 500곳에 총 50兆’… 낙후된 주거환경 정비
8·2대책으로 서울시 전면 배제… ‘용두사미’ 우려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도시재생 사업은 구도심 정비를 통한 주변 지역 활성화, 일자리 창출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서울시가 도시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는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와 조감도로 표현한 완공 후 모습. 자료사진

닻 올린 ‘文정부 도시재생 뉴딜사업’

문재인 정부 최대 역점 사업 중 하나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조만간 지방자치단체 공모에 돌입하며 닻을 올린다. 철거 등 대대적 공사가 뒤따르는 기존의 재건축·재개발이 아닌 마을·공동체 단위의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지역경제도 살리고 일자리도 창출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게 목표다. 하지만 그간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던 서울시가 8·2 부동산 대책에 따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 당분간 사업 대상지에서 제외되며 도시재생 사업이 시작도 전에 쪼그라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1 도시재생 뉴딜사업이란

문 대통령 주요 대선 공약 중 하나다. 기존과 같은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방식이 아니라 도시 기본 틀은 유지하면서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 쇠퇴한 구도심을 살리고 사업 과정에서 일자리도 만들어낸다는 게 기본 개념이다. 예를 들어, 노후 저층 주거지에 아파트 단지 수준의 주차장, 도서관, 어린이집, 무인택배 시설을 설치해 살 만한 곳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재정 2조 원, 주택도시기금 5조 원, LH(한국토지주택공사)·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업비 3조 원 등 연간 10조 원씩 5년간 총 50조 원을 투입한다. 이 돈으로 매년 100곳씩 5년간 500곳을 고치고, 정비된 주택은 공공기관이 사들이거나 장기 임차해 임대주택으로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2 언제 처음 시작됐나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우긴 했지만, 우리나라 도시재생 사업의 시작은 200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뉴타운·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다가 사업성이 없어 해제된 지역을 위한 별도의 정비계획으로 도시재생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2009년 지역발전위원회에 도시재생 활성화 방안을 보고한 것을 계기로 2013년 6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고 같은 해 시행에 들어갔다. 2014년 5월 부산 동구와 서울 종로구 등 13곳을 선도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어 2015년에는 지자체 공모를 거쳐 2차 도시재생 사업지구로 33곳을 선정, 현재 특별법상의 도시재생 사업지구는 총 46개로 늘었다. 지방 주거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재생사업인 ‘새뜰마을사업’도 추진해 총 68곳을 대상지로 선정했다.

3 활발한 지자체는

서울시가 대표적이다. 27개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15년 서울역 역세권, 종로구 창신·숭인동, 세운상가 등 13곳을 지정한 데 이어 지난 2월 용산전자상가, 청량리, 영등포 경인로 일대 등 14곳을 추가로 지정했다. 서울시는 새롭게 지정하는 사업을 중앙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올해 서울시의 도시재생사업 관련 예산은 2300억 원이나 된다.

지방에서는 충남 천안시가 눈길을 끈다. 천안시는 시와 중앙정부, 민간기업이 협력해 옛 동남구청사 부지에 동남구청, 어린이회관, 대학생 기숙사, 주상복합아파트, 지식산업센터 등을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22개 단위사업으로 진행되며 총 사업비는 2702억 원 규모다. 재원은 지자체·공기업·민간 자본과 주택도시기금으로 마련한다.

4 다른 지자체는 어떤가

정부 지원이 본격화한 지 3년이 넘었지만, 서울시나 천안시 등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면 도시재생 사업 성과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도시재생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여전히 고층 아파트를 지어 수익을 내는 재개발·재건축 방식을 선호하는 주민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도시재생을 추진할 현장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쥐꼬리’ 예산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지난해와 올해 도시재생 예산(국비 기준)은 각각 1450억 원 수준이다. 사업별 지원 예산이 20억~30억 원대이고, 많아야 100억 원 내외다. 사업을 힘있게 끌고 나갈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도시재생은 단순히 집만 짓는 사업이 아니라 주민 공동체 구성 등 다양한 범주의 업무가 얽혀 있고, 여러 정부 부처와 지자체 간 협업이 동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5 사업 방식과 계획

정부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사업지 규모에 따라 크게 5가지로 나눠서 추진한다. ‘우리동네 살리기’는 5만㎡ 미만 소규모 저층 주거밀집 지역에서, ‘주거정비지원형’은 5만~10만㎡ 저층 주거밀집 지역에서 진행한다. ‘일반근린형’(10만~15만㎡)은 골목상권과 주거지 혼재 지역에서, ‘중심시가지형’(20만㎡ 안팎)은 상업·창업·역사·문화예술 지역에서, ‘경제기반형’(50만㎡ 이상)은 역세권이나 산업단지, 항만 등에서 시행한다. 국토부는 전체 사업의 50% 이상을 동네 주택을 개량하고, 소규모 생활편의시설을 설치해 주는 ‘우리동네살리기’ 사업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젠트리피케이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가격상승이 우려될 경우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현장단속을 하고 과열 지역은 공모물량을 제한하거나 사업 시기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  정부는 지난 7월 도시재생사업기획단을 설치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7월 4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에서 도시재생사업기획단 현판식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6 8·2 부동산 대책 영향

도시재생 사업에 가장 공을 들이던 서울시는 8·2 대책으로 브레이크가 걸렸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에서 당분간 전면 배제됐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집값이 올랐는데 사업 추진으로 값이 더 뛸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해 온 도시재생 사업을 확대·발전시킨 것이어서 서울시의 기대가 컸다. 서울시는 앞으로 정부 동의 없이 도시재생 사업지를 추가로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박 시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서울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서울에서 도시재생이 성공하지 않으면 다른 지역에서 성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7 예산은 얼마나 드나

서울시가 대상에서 빠진 데 이어 예산도 생각보다 적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용두사미’가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2018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도시재생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국비 4638억 원, 주택도시기금 8534억 원 등 총 1조3000억 원 수준이다. 공약에 따르면 투입돼야 할 재정은 2조 원, 기금은 5 조 원인데 이 수치로만 보면 20%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국비 외에 지방비와 관계부처 예산까지 포함하면 전체 투입 재정은 2조 원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며 “다만, 사업 시행 초반에는 2조 원에 못 미치고 실제 공사가 진행되면서 소요 비용이 늘어나며 연평균 2조 원가량의 재정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금의 경우 도시재생 지역에 짓는 공적 임대주택 건설비까지 포함하면 5조 원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도시재생 지역의 낡은 주택을 보수하거나 증축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것 외에 임대주택을 새로 짓는 것도 공약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8 추진 일정은

국토부는 지난 7월 28일 발표한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계획’ 초안을 토대로 국회, 지자체, 공기업, 학회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8월 말 도시재생특별위원회에서 선정계획을 확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8·2 대책으로 일정이 지연됐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시가 당분간 사업 대상지에서 제외되면서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9월까지는 선정계획을 확정해 연내 첫 사업지를 선별할 방침이다. 다만, 서울시가 대상에서 빠지면서 당초 계획분 110곳보다는 사업 대상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내년에 집값이 안정되면 서울시의 사업 재개 여부를 별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9 지자체별 기대 효과

각 지자체는 현재 하고 있는 사업에 뉴딜사업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역만의 정취를 살린 경쟁력 있는 동네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발표되기 전부터 1419억 원 규모의 53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새로운 국가 공모사업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시는 도시재생의 세부 사업인 ‘우리동네 살리기’와 ‘빈 점포 활용’ 등을 통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일정 정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남도는 서울시가 올해 선정대상에서 제외돼 보다 많은 국비가 지방에 지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공모에서 시·군이 지원한 사업이 많이 선정될 수 있도록 컨설팅 등을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다. 울산시 등 다른 지자체도 도시재생 사업공모에 관심을 나타내며 효율적인 사업방안을 모색 중이다.

10 해외의 대표적 사례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에 있는 빌바오는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이름이 높다. 프랑스의 보르도 바로 아래에 위치한 빌바오는 원래 철강과 조선 산업의 메카였다. 하지만 도시를 먹여 살리던 이 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퇴조했고 도시 기능 역시 급격히 쇠락했다. 마치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잃은 현재의 미국 디트로이트와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바스크 지방정부는 활력을 찾기 위해 1991년 모험을 감행했다. 1억 달러의 건축비를 부담하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미국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했다. 1997년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에 의해 완공됐다. 바닷가 부두에 물고기가 헤엄치듯 비틀어진 곡면 외형에 티타늄 패널 3만3000여 장을 붙인 이 건물은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고 도시 콘셉트를 완전히 바꿔 버렸다. 인상적인 건축물 하나가 도시 전체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빌바오 효과’라는 말까지 나오게 됐다. 인구가 36만 명에 불과한 빌바오시는 지금 연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문화예술의 도시로 당당히 변신한 것이다.

박수진·김도연·유회경 기자 sujininvan@munhwa.com
e-mail 박수진 기자 / 경제산업부  박수진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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