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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14일(木)
청와대의 경제 ‘상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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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경제 부처의 공무원들이 눈치를 봐야 할 ‘상전(上典)’이 청와대 주변에만 족히 7∼8명은 된다. 장하성 정책실장, 홍장표 경제수석, 반장식 일자리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등 하나하나가 신경 써야 할 대상이다. 대통령 비서실장 직속의 박종규 재정기획관의 위세도 작지 않다고 한다. 대통령 직속의 위원회를 이끄는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과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도 존재감을 과시한다. 경제수석 외에는 모두 전임 정부 시절엔 없던 자리다. 권력의 생리로 볼 때 경제 관료들에게 잔소리하는 상전들이 엄청 많아진 셈이다. 이 중 정통 재무관료 출신이나 거시경제 전공 학자는 한 명도 없다.

이 상전들의 상당수가 실물경제와는 거리가 먼 서생 출신이라는 점도 걱정이지만, 더 큰 문제는 자기네끼리 조율도 안 된 특이한 경제철학과 성장론을 강요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적폐라 몰아세우면서 엘리트 관료들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때만 해도 ‘기업 혁신 성장론자’였던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느 날 갑자기 ‘소득 주도 성장론자’의 입장을 강요받게 된 건 참 딱한 일이다. 자수성가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주변의 부러움을 샀던 김 부총리의 권위는 청와대의 무차별적 개입으로 박살 났다. ‘김동연 패싱’ 얘기가 번졌고, 경제 관료사회에서는 “공무원을 계속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자조적인 얘기가 흘러나왔다.

경제 정책은 경제 관료에게 맡기는 게 맞는다. 법인세 증세 문제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에 반대 입장을 보인 김 부총리를 설득해 그의 입을 통해 내놓는 게 바람직했다. 그게 권력자가 공직자를 대하는 예의이고 지도자가 천하 인재를 다루는 기본이다. 청와대 참모들과 여권 실력자들의 개입 속에서 소신을 접고 “일관된 메시지를 주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대국민 사과까지 해야 했던 김 부총리의 심경은 얼마나 참담했을까. 민간기업의 최저임금 인상분을 정부 재정으로 보전하겠다는 청와대 상전들의 구상도 정부 부처의 뜻과는 관계없이 관철됐다. 이 희한한 발상이 설마 대통령의 뜻이겠냐고 의아해했던 김 부총리는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고개를 떨궜다고 한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내건 문재인 정권에서 ‘작은 정부’를 기대하는 건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걸 청와대 주도로 하겠다면 이건 문제가 크다. 그럴수록 공무원 사회의 사기와 책임성, 민간의 활기와 창의력은 떨어질 것이다. 청와대 상전들의 성장 해법이 특별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건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현황판을 설치하고 5초마다 업데이트를 하면서 실시간 점검하겠다고 떠들썩했던 게 지난 5월 24일의 일이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넉 달이 다 되도록 미담 한 건, 에피소드 하나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 폭은 4년 6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청년실업률은 외환위기라는 국난(國難)을 겪었던 1999년 이후 최고치였다. 특이한 ‘노 젓기’를 주장하는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min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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