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vs “정치보복” 與-野, ‘MB 수사’ 충돌

與,‘박원순 제압문건’ 고발
野선 “보수 궤멸 작전” 반발

정부와 여당의 적폐 청산 드라이브가 이명박(MB) 정권까지 확대되면서 야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여당은 MB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조직적인 위법 행위가 드러난 만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예정된 ‘정치적 보복’이란 의구심을 갖고 있어 양측 간 대치가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20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야당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MB 정부 시절 국정원이 작성했다는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과 관련, 이 전 대통령을 명예훼손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직접 검찰에 고소한 것에 대해 ‘정치 보복’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철우 한국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3선 의원 연석회의에서 “임진왜란 전에도 동인과 서인이 엄청나게 싸웠는데 과거 역사를 보면 우리끼리 싸우다 나라가 망하고 국민이 어렵게 됐다”며 “이 정부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권만 파헤치는데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는 적폐가 없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금 나라가 백척간두에 있음에도 과거만 캐고 보수 세력 궤멸 작전만 펴고 있는데 정말 바꿔주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권오을 바른정당 최고위원도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진정한 국민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며 “청와대와 여당이 인민재판식 여론몰이로 전직 정권을 흠집 내려 한다는 우려가 있는데 더는 부관참시하지 말고 국민 에너지를 소진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원의 국내 파트를 폐지하고 해외 파트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여전히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용기 한국당 원내수석대변인은 “그 어느 때보다 안보가 위중한 시기인데 안보와 관련해서 국정원이 활동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고 이렇게 정치 보복에만 전념하는 점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장병철·이은지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