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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25일(月)
Income-led와 Segye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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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동 경제산업부 차장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을 수행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철학이라는 ‘소득주도 성장’을 해외 신용평가사나 투자은행(IB) 관계자들에게 뭐라고 설명할까하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경제부처 고위공무원에게 “‘수출주도 성장’을 영어로 ‘export-led growth’라고 번역하는 것을 적용하면, 소득주도 성장의 영어 표현은 ‘income-led growth’ 아닐까?”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랬더니 그는 그 번역이 영 이상했던지 “설마”라며 “그 사람들(청와대의 소득주도성장론자들)도 생각이 있을 텐데…”라고 말했다. 그러나 며칠 지난 뒤 그가 “설마”라고 했던 바로 그 단어, income-led growth를 신문 지상에서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소득주도성장론 주창자들이 찾아봐도 그 말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었나 보다.

대통령의 이번 방미(訪美) 일정을 수행한 사람은 여럿이지만, 특히 김 경제부총리에게 관심을 가졌던 것은 그가 이번에 방미한 사람 중에서는 가장 국제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가 ‘세계 자본주의의 첨병’이라는 해외 신용평가사와 투자은행 관계자들에게 소득주도 성장을 설명할 때 과연 그들이 대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 라는 호기심도 발동했다. 미국에는 마르크스 경제학을 가르치는 사람을 포함, 다양한 주장을 하는 대학교수·연구원·시민단체 활동가가 넘쳐난다. 따라서 잘 찾아보면 소득주도성장론에 맞장구치는 사람도 어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경제학자는 income-led growth라는 말을 들으면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김 부총리가 해외 신용평가사나 투자은행 사람들을 만난 현장에 없었으니, 그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뭐라고 말했는지 정확히 알 길은 없다. 그가 재직 중인 기재부는 김 부총리가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의 최고위급 인사와 면담한 직후 다음과 같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김 부총리는 새 정부의 정책 방향으로서 수요 측면에서의 사람 중심의 투자와 함께 공급 측면에서 혁신 성장의 중요성과 그 정책 방향에 관해서 설명하였다. 특히, 무디스에서 관심을 표명했던 혁신 성장에 대해서는 혁신 생태계 조성, 규제 개혁, 혁신자본 확충을 통해 혁신 성장을 추진할 계획임을 설명하고, 실패 시 재기할 수 있는 혁신안전망 강화, 혁신 거점 조성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하였다.”(기재부, ‘김동연 부총리,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최고위급 인사 면담’, 2017년 9월 20일) 보도자료 어디를 봐도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말은 없다. 굳이 찾자면, 소득주도 성장 대신 김 부총리가 즐겨 쓰는 ‘사람 중심의 투자’라는 말이 한 번 나오기는 한다. 그런데 무디스가 사람 중심의 투자에 대해 언급했다는 말은 없고, 특히 ‘혁신 성장’에 대해 관심을 표명했다는 내용만 있다. 과거 김영삼 정부는 국정 철학인 세계화를 영어로 ‘Segyehwa’라고 쓴 적이 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가 끝난 뒤, 전 세계 누구도 ‘Segyehwa’라는 말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문재인 정부의 ‘income-led growth’는 ‘Segyehwa’의 전철(前轍)을 밟지 않고, 전 세계에서 연년세세(年年歲歲) 살아남을 수 있을까. haedong@
e-mail 조해동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조해동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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