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외국인 국악 동호회 ‘엑스팻츠 사물놀이단’ 단원들이 9월 중순 서울 노원구 연습실에서 징·꽹과리·북·장구를 앞에 둔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아물야(인도), 카리사(미국), 게아 브루사스코(미국), 쉬윤페이(대만). 김낙중 기자 sanjoong@
- 출신 국가·언어 다르지만… 국악으로 뭉친 ‘엑스팻츠 사물놀이단’
2013년 창단… 현재 6명 활동
음악전공자·영어교사 등 모여
각종 대회 찾아다니며 受賞도
“지역마다 다른 가락 흥미로워”
생업 탓에 주말에만 공연가능
“이번 추석, 일정 꽉 차 바빠요”
“악기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즉흥적으로 참여해 한바탕 놀 수 있다는 게 한국 국악의 매력이죠. 악보 그대로 연습해 연주하는 서양음악과 완전히 다른 점에 끌렸어요(카리사·미국)” “국악은 같은 가락이라도 영남·호남·서울·경기 다 색깔이 다르잖아요. 지역마다 다른 국악의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한국 사람과 문화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쉬윤페이·대만)”
나이와 직업은 물론 출신 국가와 언어도 다른 이들이 오직 ‘국악’을 즐기기 위해 모였다.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로 구성된 ‘엑스팻츠(Expats) 사물놀이단’이 그 주인공. 9월 중순 서울 노원구의 한 연습실에서 만난 그들은 검정 상의 위로 빨강·파랑·노랑 띠를 맨 사물놀이 복장을 한 채 흥겹게 영남 가락을 연주하고 있었다.
현재 활동 중인 단원은 6명. 이날은 단원 4명이 모여 장구, 징, 꽹과리, 북을 치면서 추석을 전후해 예정된 공연을 한창 준비하고 있었다.
엑스팻츠 사물놀이단은 서울국립국악원에서 외국인에게 장구를 가르치던 헨드리케 랑게(스위스)가 지난 2013년 창단한 후 올해 5년째를 맞았다. ‘2014 칠곡 세계사물놀이대회’ 외국인 부문 금상을 받은 데 이어 2015년 제19회 구례 동편제 소리축제, 2016 세계 민속 음악 콘서트 개막 공연 등에 참여하면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날 만난 단원 게아 브루사스코(미국)는 “전국을 무대로 국악 공연을 다니다 보니 주변에서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다’는 말도 듣는다”고 말했다. 아물야(인도)는 “외국인들이 국악을 연주하다 보니 실수해도 한국 관객들이 따듯하게 바라봐주시는 것 같다”며 “음악 자체도 좋지만 사물놀이 복장도 우리가 입으면 더 신선한 느낌”이라며 웃었다.
단원 중에는 한국 문화나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쉬윤페이는 서울대 국악과에서 해금 전공 석사과정 중이고, 아물야는 한국외국어대 대학원에서 한국학을 공부하고 있지만 다른 단원들은 이와 무관한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 브루사스코는 학원에서 성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카리사는 중학교에서 방과 후 학습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있다. 대부분 본국에서 우연히 보게 된 국악 공연에 흥미를 느껴 한국에 온 후 국악을 연주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거나, 이전에 사물놀이단에서 활동했던 단원들의 소개를 받아 가입하게 된 경우. 각자 다른 환경 속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인 만큼, 국악 강습 때 한국 국악인들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부족한 활동 자금은 자비로 충당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추석 계획은 어떨까. 추석을 전후해 공연이 쉼 없이 예정돼 있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것이 단원들의 얘기. 브루사스코는 “단원 중에 직장인도 있다 보니 주말에만 공연이 가능한데 추석 시즌인 9월에 3~4개, 10월에 5~6개 일정이 예정돼 있을 정도로 바쁘다”며 “공연 자체도 즐겁지만, 탈춤 판소리 등 다른 한국 문화 현장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추석 직전인 24일 서울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우리민속한마당 공연에 참여한 데 이어 추석 직후인 10월 14일에도 전남 구례에서 열리는 판소리 축제에 참여해 사물놀이 공연을 할 예정이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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