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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World & Idea 게재 일자 : 2017년 10월 18일(水)
일본 ‘保保 1.5당 체제’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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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오는 22일 일본 총선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자민당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14일 판세 분석에서 중의원(衆議院) 465석 가운데 자민당이 286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했으며, 마이니치(每日)신문은 16일 281∼303석을 획득할 것으로 전망했다. 투표함이 열려봐야 알겠지만, 이 추세대로라면 자민당은 과반 의석(233석)은 물론이고, 모든 상임위에서 과반을 확보할 수 있는 의석인 ‘절대 안전 다수 의석’(261석)을 확보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자민당과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 의석과 합칠 경우, 3분의 2인 개헌선 310석도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자민당 압승 분위기는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아베 정권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가운데, 총리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모리토모(森友) 학원이 초등학교 부지로 국유지를 헐값에 매입한 ‘사학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아베 총리에 대한 지지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7월 도쿄(東京) 도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하고,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도쿄퍼스트회가 도쿄 도의회 제1당으로 떠오르면서, 아베 정권의 몰락이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 8월 29일 일본 열도를 넘기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이어 9월 3일 6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현재 일본 일반 유권자들의 정서는 ‘아베도 싫지만, 야당은 더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일본 야당은 지리멸렬 상태다. 고이케 도지사가 희망의당이란 신당을 만들고 바람을 일으키는 듯하자, 제1야당이었던 민진당은 9월 26일 “희망의당으로 공천을 일원화하겠다”고 ‘자폭 선언’해 버렸다. 일부는 희망의당으로 흡수되고, 진보계는 입헌민주당을 따로 창당했다. 그런데 민진당 세력의 희망의당 합류는 덧셈이 되지 못하고 뺄셈이 됐다. 강경 보수 고이케와의 결합이 정치 야합으로 비친 것이다. 또,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고이케에 대한 대중적 환상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결국 보수야당인 희망의당도, 진보 야당인 입헌민주당도 일본 국민에게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되는 데 실패한 것이다.

민진당이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은 전신인 민주당의 2009∼2012년 집권기 실패 때문이다. 2009년 9월 민주당은 당시 중의원 480석 중 308석을 얻어 정권을 장악했다. 초기 지지율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고리타분한 자민당에 질려 있던 일본 유권자들은 변화를 약속한 민주당을 열렬히 지지했다. 내각 지지율은 초기 72%에 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공약 사업으로 내놓은 각종 포퓰리즘 정책을 제대로 실천할 수 없었다. 현실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대(對)중국 접근을 꾀했으나, 미·일 관계만 악화시켰을 뿐, 결국 센카쿠(尖閣) 열도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없었다. 그리고 2011년 3·11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민주당=무능’이란 등식을 일본 국민 뇌리에 각인시킨 것이다. 그 후 민진당으로 당명을 바꿨지만, 무능 낙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일본 상황을 미국 뉴욕 타임스는 ‘일본 리버럴리즘의 사망’ ‘새로운 보수 양당 체제의 등장’이라 표현했다. 그러나 아직 희망의당이 제1야당이 될지도 불확실하다. 그리고 설령 희망의당이 제1야당이 된다고 하더라도, ‘대안 야당’이 되기 힘들다는 점에서 보수 양당 체제라기보다는 ‘보·보(保保) 1.5당 체제’라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일본은 1955년 자민당이 창당된 이래 1993년까지 ‘보혁(保革) 1.5당 체제’를 유지해 왔다. 보수 자민당이 1, 혁신 사회당이 0.5였다. 그러다 1993년 자민당이 선거에서 참패하고, 1994년 6월에서 1996년 1월까지 약 1년 반 동안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사회당 총리 정부가 들어섰다. 그러나 이 짧은 집권과 함께 일본 사회당은 사실상 사망해 버렸다. 지금 후신인 사회민주당이 있으나, 의미 없는 군소정당으로 전락한 상태다. 집권을 통해 무능을 보여준 대가였다.

이번 일본 총선으로 아베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에 대한 지지가 약화되더라도, 대체 세력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본 정치 상황은 한국 정치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선, 한국 여당은 일본 민주당(민진당)의 몰락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집권세력으로서 경제와 안보를 제대로 이끌지 못하면, 한때의 초고도 지지율도 신기루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 야당도 아무리 집권여당이 잘못하더라도 야당이 현실적 대안 세력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데 실패하면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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