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해리 포터式 일자리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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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동 경제산업부 차장

얼마 전 인터넷으로 영국의 관광지 몇 곳을 살펴보다가 ‘이런 게 바로 고수(高手)들이 하는 일자리 창출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 곳이 있다. 영국 런던 북서쪽에 ‘해리 포터’ 영화 시리즈를 체험할 수 있는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 투어 런던-해리 포터 만들기(Warner Bros. Studio Tour London-The Making of Harry Potter)’가 바로 그곳이다. 이곳을 살펴보면서, 영국이 해리 포터라는 문화 상품 하나로 그동안 창출해왔고, 앞으로 창출할 일자리가 도대체 몇 개쯤 될지 생각해봤다. 영국의 작가 J K 롤링이 쓴 해리 포터 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4억 부 이상 팔렸다. 그러나 영국 인구가 6500만 명 정도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책 출간 자체가 영국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는 책 출간보다야 훨씬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겠지만, 아무리 훌륭한 영화라도 특정 시기가 지나고 난 뒤에는 일자리를 창출하기 어렵다.

그러나 런던 외곽에 만들어진 해리 포터 스튜디오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른 것 같다. 영화 제작사 워너브러더스는 영화를 만들고 남은 제작 세트를 활용, 런던 외곽 황량한 지역에 관람객을 위한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해리 포터 스튜디오가 창출하는 일자리는 스튜디오 그 자체에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스튜디오로 가기 위해 많이 이용하는 런던 유스턴(Euston)역, 런던 외곽에 썰렁하게 방치되던 왓퍼드 정크션(Watford Junction)역 등지에도 음식점, 슈퍼마켓 등 온갖 종류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1인당 41파운드 안팎인 해리 포터 스튜디오 입장권은 벌써 내년 입장권을 살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할 만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해리 포터는 지난해 7월 30일 연극으로도 만들어져 런던 팰리스 시어터(Palace Theatre) 무대에 올려졌다. 지금 해리 포터 연극 표를 구매하는 것은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한다. 내년 표도 구하기 쉽지 않고, 암표상까지 등장하면서 영국 정부와 의회까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짜 해리 포터 연극 표를 파는 인터넷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자 영국 의회가 인터넷에서 공연 표 매매를 중개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에 나섰을 정도다. 해리 포터는 내년 2월부터는 미국 뉴욕의 리릭 시어터(Lyric Theatre)에서도 공연을 시작한다. 영국 정부나 롤링을 포함한 영국인들은 가만히 앉아 엄청난 로열티를 챙기며 국가 이미지 홍보까지 할 수 있다.

최근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관광·게임·드라마·음악 등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스포츠·레저, 문화 예술 및 관련 산업 등의 분야를 활성화해야 일자리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쓴 글을 보고 크게 공감한 적이 있다. 해리 포터 같은 명작을 쓸 수 있는 작가는 수십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하다. 그러나 그런 작가와 작품이 나온 뒤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노력하는 것은 천재성이 없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예산을 퍼부어 공공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황당무계한 정책이 횡행하는 시대에 영국이 해리 포터라는 캐릭터 하나로 앞으로 수십 년, 어쩌면 수백 년간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을 지켜보는 건 참으로 부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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