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받은 日개헌… ‘시간표’ 앞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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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민당, 중의원 선거 압승

헌법에 자위대 조항 신설계획
“올가을에 논의하자”의견 나와
독도문제 등 우경화 심해질 듯

22일 열린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의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내용의 개헌 추진이 탄력을 받고 있다. 아베 총리는 선거전 각종 유세에서 ‘북한 리스크’를 강조하며 표심을 끌어모았고, 개헌 추진 의사를 공개적으로 내걸었던 만큼 자위대 명기 개헌 및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등 군사력 강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역사인식 문제 등 일본의 보수·우경화도 한층 심화될 것으로 보여 동북아시아의 갈등요인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23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도쿄(東京) 자민당 본부에서 중의원 선거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집권 정책 추진 방향을 밝힐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아베 총리는 개헌 추진 방침을 재확인할 예정이다. 개헌의 핵심 쟁점은 사실상 군대나 다름없는 ‘자위대’를 위헌 상태로 만들고 있는 헌법 9조의 수정 여부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전에 따라 성립된 헌법 9조 1항(전쟁·무력행사 포기)과 2항(군사력 보유 및 교전권 불허)에 묶여 군사·안보적 기능은 주일미군 등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아베 총리는 자위대를 명기하는 9조 3항을 신설해 일본을 군사적 기능이 합법적으로 갖춰진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자민당은 아베 총리의 이 같은 개헌 계획을 선거 공약으로 제시하고도 지난달의 중의원 해산 전보다 의석수가 거의 줄지 않았다. 해산 전 284석을 보유하고 있던 자민당은 이날 오전 아직 4석의 주인이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283석을 차지했다. 선거구 조정으로 중의원 정수가 475석에서 465석으로 10석 감소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중의원 내 자민당의 의석수 비중은 선거 전보다 높아졌다. 연립 공명당과 합하면 최소 312석으로 개헌발의 의석인 310석을 이미 넘어섰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2020년 신헌법 시행’이란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도쿄올림픽이 개최되는 것을 기점으로 2020년부터 신헌법 하의 새로운 일본을 출범시킨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자민당 내에서는 지난 6월 ‘내년 중 개헌 발의’라는 의견이 제시됐으며, 이번 선거 압승 전망이 제시된 후에는 ‘올가을 개헌 논의’로 시간표를 앞당기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자위대 헌법 명기 등의 명분이 갖춰지면, 군사력 강화 작업도 탄력을 받게 된다. 방위 무기 위주로 구성된 자위대가 공격 무기를 갖춰 ‘적기지 공격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자민당의 제언도 이미 아베 총리에게 제출된 상태다. 또 이 과정에서 아베 총리의 지지 세력인 보수층을 설득하기 위한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 영유권 주장이나 과거사를 부인하는 우익 교과서 확대 등의 우경화 작업도 동반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도 아베 정권의 이 같은 정책을 지원사격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NHK의 중의원 선거 결과 관련 논평 요청에 “(동북아) 지역과 세계의 폭넓은 과제를 둘러싸고, 흔들림 없는 동맹국인 일본과 협력을 계속해 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