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질환으론 사망원인 1위
30~40대에서도 많이 발생해
‘편측마비’등 전조 증상 동반
실어증·급성 두통 등 나타나
3시간 이내 혈전용해제 필수
평소 가까운 병원 숙지해야
“영국의 마거릿 대처와 윈스턴 처칠, 미국의 리처드 닉슨과 프랭클린 루스벨트, 조선 시대 정조, 북한 김정일의 공통점은?”
바로 ‘뇌졸중(腦卒中)’으로 사망했다는 점이다. 한의학에서는 ‘중풍’으로 부른다. 뇌졸중은 ‘뇌 기능이 졸지에 중지’되면서 반신불수, 언어장애, 통증 등의 장애가 남아 사망에까지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이로 인해 삶의 질도 떨어진다. 죽음보다 두렵다는 치매도 절반 정도는 뇌졸중이 원인인 ‘혈관성 치매’다. 우리나라 뇌졸중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당 50.3명에 달한다. 암에 이어 사망원인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암은 장기별로 다른 질환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단일 질환으로 본다면 뇌졸중이 사망원인 1위다. 주로 노인질환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30~40대에서도 뇌졸중이 늘고 있다.
10월 29일은 세계뇌졸중 기구(World Stroke Organization)가 지정한 ‘세계 뇌졸중의 날’이다. 혈압이 높거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은 한쪽 팔다리나 안면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뇌졸중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전조 증상 확인해라 = 뇌졸중의 가장 흔한 증상은 몸의 한쪽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인 ‘편측마비’다. 수저나 컵을 쥐고 있지 못하고 떨어뜨린다든지 한쪽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상태가 이어지는 경우다. 저림이나 따가움, 시림 등의 증상이나 양쪽 팔 또는 다리의 힘이 동시에 빠지는 것은 편측마비에서 제외된다. 흔히 얼굴이 돌아갔다고 표현하는 안면마비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말초성 신경마비로, 뇌졸중에 따른 안면마비와는 다르다. 말초성은 안면신경마비가 단독으로 나타나지만, 뇌졸중에 의한 안면마비는 안면부 근육이 편측성으로 마비되고 여러 다른 증세와 함께 나타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고혈압, 과음 등은 뇌혈관을 훼손해 갑작스러운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 사진은 뇌혈관과 뇌졸중 예방 공익광고 장면. 자료사진
깨워도 일어나지 못하거나, 불러도 눈을 뜨지 못하는 의식장애로 뇌졸중이 발생하기도 한다. 발음이 어눌하거나 말이 새어 나오는 증상, 말을 하지 못하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엉뚱한 말을 하거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실어증도 뇌졸중의 중요한 증상 중 하나다. 두 눈으로 보고 있는데 오른쪽이나 왼쪽 중 일부가 잘 보이지 않는다든지, 막이 낀 것처럼 회색으로 가려지거나 이상하게 일그러져 보이는 시야장애, 둘로 겹쳐 보이는 증상도 안과질환으로 잘못 생각하는 뇌졸중의 중요한 증상들이다.
갑작스럽게 주위가 뱅뱅 도는 것처럼 어지럽다든지, 일어나서 걸으려고 하면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팔다리에 힘은 있는데 움직임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증상도 의심해야 한다. 갑자기 발생하는 심한 두통도 뇌졸중, 특히 뇌출혈의 증상을 우려해야 한다.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정도의 매우 심한 두통인 경우 반드시 의사의 진료가 필요하다.
◇원인 숙지하고 예방해야 = 뇌졸중의 원인은 대부분 밝혀져 있다. 뇌 속 혈액순환을 방해하거나 뇌혈관을 손상시키는 것은 모두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인자다. 이 중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흡연, 과도한 음주는 ‘중요한 위험인자’다. 고지혈증, 비만, 짜게 먹는 식습관,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은 ‘덜 중요한 위험인자’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런 위험인자 가운데 가장 많은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것은 고혈압이다.
뇌졸중은 증상이 급작스럽게 나타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그 원인이 생긴 것은 아니다. 평생 먹는 것과 생활하는 것 등을 통해 뇌혈관에 위험인자들이 쌓이고 쌓여 한꺼번에 문제가 되기 때문에 뇌혈관 손상을 줄 수 있는 위험요인을 빨리 파악해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큰 원인인 고혈압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짜게 먹는 식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햄, 베이컨, 라면 등 가공된 고기나 인스턴트 식품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하고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고지혈증을 예방하기 위해 콜레스테롤이 다량 함유된 계란 노른자나 오징어, 마요네즈 등은 피하고 고기는 살코기만 먹는 게 좋다. 운동은 강도가 심한 것보다는 걷기, 수영 등 몸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오랜 시간 지속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 권장된다.
◇뇌졸중 ‘시간’이 생명 = 뇌졸중이 발생했을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이송 시간에 따라 환자의 뇌 손상 정도에 현격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뇌졸중 환자가 발생하면 응급 연락을 취해야 하는 이유다. 한시라도 빨리 ‘혈전용해제’를 환자에게 투입해 막힌 혈관을 뚫어 줘야 한다. 혈전용해제는 3시간 이내에 투입해야 효과적이므로 가급적 2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하도록 해야 한다. 구급차를 기다리는 동안 환자의 넥타이나 허리띠를 풀어 주고 편히 눕히는 것이 좋다. 손가락을 따거나 음식 또는 물을 먹이면 환자의 상태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으니 피해야 한다.
김용재 이대목동병원 뇌졸중센터장은 24일 “뇌졸중은 날씨나 계절의 영향보다는 고령·고혈압·고지혈증·가족력 등의 위험인자로 인해 발생하기 쉽다”며 “따라서 뇌졸중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들은 계절과 상관없이 평소에 꾸준한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으로 뇌졸중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특히 뇌졸중은 발병 시 ‘골든 타임’ 안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한 만큼, 뇌졸중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들은 신속한 치료를 위해 가까운 병원을 숙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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