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순방 앞두고 뜬 ‘죽음의 백조’

어제 2대 한반도 상공 출격
가상 공대지 폭격훈련 실시

北 “美 경거망동 말라” 비난
러 방문 김수길 “무력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미군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가 2일 한반도에 출격해 가상 공대지 폭격 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은 B-1B의 한반도 전개에 대해 기습 핵 타격 훈련이라고 주장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 순방에 맞춰 대미 비난 강도를 높이고 있다.

3일 군에 따르면 B-1B 2대가 2일 오후 한반도 상공에 출격해 강원도 필승사격장에서 가상 공대지 폭격 훈련을 한 뒤 내륙을 관통해 서해상으로 빠져나갔다. B-1B 편대가 출동할 때 우리 공군 KF-16 전투기 2대가 출격해 엄호 비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B-1B의 한반도 출격은 12일 만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일 “우리 공화국을 기어이 핵으로 압살하려는 날강도 미제의 광란적인 위협 공갈 책동은 10월에 이어 11월에도 계속되고 있다”며 “미제는 2일 또다시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전개된 핵전략폭격기 B-1B 편대를 남조선 지역 상공에 은밀히 끌어들여 우리를 겨냥한 기습 핵 타격 훈련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미제 호전광들은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연일 대미 비난 논평 등을 내는 등 견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2일 한 개 면을 할애해 ‘깡패국가의 미치광이 전략을 역사의 무덤 속에 쳐박아야 한다’는 논평을 통해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라는 특권을 등대고 인류사회의 보편적 질서와 규범을 전면 부정하는 미치광이 전략을 공공연히 추구하면서 분별없이 날뛰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대외 선전용 주간지 통일신보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대해 “남조선에 대한 지배와 예속의 올가미를 더욱 바싹 조이고 조선반도(한반도)에서 핵전쟁의 불을 달기 위한 침략자, 전쟁광의 행각”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한 북한 대표단도 대미 비난 연설을 했다. 대표단의 김수길 노동당 평양시당위원장은 행사 연설에서 “미국에 의한 침략과 군사적 도발을 때려 부수기 위해 강력한 무력이 필요하다”며 핵·미사일 개발이 자위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반도의 최근 상황은 우리나라의 핵무기가 미국과 그 추종 세력의 침략과 음모를 쳐부수는 강력한 억지력이 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주·박준희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