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출범 6개월>“與小野大 상황 인식하고 野 협조 이끌어내야”

- 전문가들 文정부에 조언

“보수-진보 편가르기는 안돼
적폐청산-협치 균형 찾아야”

전문가들은 지난 6개월 핵심 국정과제 법률이 하나도 입법화되지 못한 것은 여권이 적폐청산에만 지나치게 매달려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여소야대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고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적 국정운용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6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촛불정신을 살려 나가려는 ‘적폐청산’과 중점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협치’가 딜레마에 빠져 있는 모양새”라며 “적폐청산과 협치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면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력이 필요한데 그러한 정치력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그는 “많은 국민이 문재인 정부의 참신성과 비권위적 스타일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뭔가 실제로 이뤄진 건 없다는 찜찜함을 갖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적폐청산의 주도권을 문재인 정부가 쥐고 있는 만큼 한쪽(보수정권)만을 적폐라고 몰기보다 과거(진보정권)에 대해서도 진솔한 자기반성을 함으로써 적폐청산을 놓고 편 가르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보수 정권 극복뿐만 아니라 진보 정권 10년 역시 극복하겠다는 식으로 가야 적폐청산과 협치의 균형이 가능해진다”고 조언했다.

취임 6개월을 지나면서 박근혜 정부 실정에 기댄 높은 지지율도 한계를 드러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실질적인 정책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구호로 출범했는데,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는 적폐청산으로만 되지 않는다”며 “120석 정도밖에 안 되는 여당으로 국정을 운영하려면 반드시 협치와 탕평을 해서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여론이 새 정부에 우호적인 허니문 기간은 길게 잡아야 봐야 1년인데 대개 6개월이 지나고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국민은 점차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한다”며 “적폐청산으로 인해 투자, 성장, 규제개혁 등 모든 이슈가 다 사라졌는데 그 부작용이 곧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얘기한 대연정까지는 못하더라도, 국민의당과 소연정을 하는 방안을 생각하는 치열함이 있어야 한다”며 “촛불만 믿고 가면 언제나 거칠고 투박할 수밖에 없고,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