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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13일(月)
임계점 넘어가는 ‘親盧의 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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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교 국제부장

2009년 5월 25일 새벽, 봉화산 부엉이바위 아래에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취재팀장으로 파견된 현장에서 목도한 검붉은 선혈은 한국 정치사의 비극이었다. 풀잎과 바위 곳곳에서 처참한 고통과 번민이 엿보였다. 그 사(死)의 잔적이야 빗물에 씻겨지겠지만, 친노(親盧)그룹의 가슴에 물든 핏자국은 쉽게 가시지 않을 듯했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국군 사이버사령부 정치공작 관여 혐의로 11일 구속됐다. 항간에서는 검찰의 칼날이 당시 최종 지휘권자인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MB는 12일 바레인으로 출국하면서 “지난 6개월간 적폐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 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저지른 죄의 대가로 감옥에 갇혔고, 이제 친노그룹은 MB의 구속을 원하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능력 있는 공무원들도 줄줄이 한직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잘나갔다는 이유로 부역자 취급을 받고 있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에서도 보수에서 진보로, 진보에서 보수로 정권이 교체되면 어느 정도 손바뀜이 있지만, 대상과 범위가 한도를 넘고 있다는 탄식이 공직사회에 가득하다. 마차를 잘못 몰았던 마부와 그에 딸린 집사들을 쫓아내고 가뒀으면 됐지, 달려야 하는 말들까지 귀양을 보낼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푸념이다.

소설 ‘동물농장’과 ‘1984년’으로 유명한 조지 오웰은 영감 있는 산문들을 남겼다. 전체주의 비판자로 하층민을 위해 많은 작품을 썼던 그는 ‘복수는 괴로운 것’이라는 글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 대한 잔혹한 보복을 반대한다. “1940년이라면 나치 장교들이 얻어맞는 모습을 기뻐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그런 일이 가능해질 때 그것은 측은하고 역겨운 것이 되어 버린다.…복수란 힘이 없을 때, 우리가 원하는 행동이다. 무력감이 사라지면 그 욕망 또한 없어지게 된다.”(오웰 산문선·박경서 옮김 ‘코끼리를 쏘다’ 중에서)

한반도 정세는 한국전쟁 이후 64년 만에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베트남 다낭에서 10∼11일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한반도 주변 4강이 북핵 문제를 놓고 어떤 물밑 논의를 했는지 촉각이 쏠렸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대북 압박과 제재로 김정은 정권이 동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러시아의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지난달 국제의회연맹 총회에서 북한 대표단이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하겠다는 위협이 담긴 서한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11일 보도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김정은 정권 급변 사태 시 북한 영토 내부 진입선을 몇 ㎞로 설정할지 검토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한국은 복수의 덫에 갇혀 국력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나라의 눈과 귀인 국가정보원은 전직 원장들에 대한 수사로 사실상 마비 상태다. 임계점을 넘으면 성상이 변한다. 모두 단합해 한반도 대전환의 시대를 준비하고 만들어 가야 한다. 폐족의 무력감에 휩싸였던 친노그룹은 이미 권력을 차지하지 않았는가. 지금은 과거의 잘못을 들춰내 분열을 초래할 상황과 시점이 아니다.

jklee@
e-mail 이제교 기자 / 국제부 / 부장 이제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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