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딱 15일 골프 배우고 대학총장님과 라운드한 사연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경원공영㈜ 집무실에서 만난 최상희 회장이 인터뷰 중 멋진 포즈를 취해달라는 사진기자의 부탁에 퍼터를 들고 자세를 잡으며 겸연쩍은 웃음을 보였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최상희 경원공영㈜ 회장

국립대 공사 현장소장 근무시절
골프 못하면서 총장과 필드 약속
레슨프로에게 ‘속성 입문’ 부탁

운명의 라운드 96타, 총장 95타
“면담 위해 닦은 실력” 소개하자
노력에 감탄한 총장 증축 허가

‘6개월내 싱글’ 목표도 달성
“의지와 노력 있다면 뭐든 가능”

최상희(65) 경원공영㈜ 회장은 30년 전 골프를 처음 배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절로 웃음이 나온단다. 골프의 ‘골’자도 모르던 건설사 현장 소장 근무 시절 회사를 위해 보름 만에 속성으로 골프를 익혔고, 첫 라운드에서 90대 스코어를 남겼다.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신축빌딩이 즐비한 법조타운의 한 빌딩 내 경원공영 사옥 집무실에서 만난 최 회장은 골프를 시작한 1986년의 이야기부터 꺼냈다. 지방의 한 국립대 증축 공사에 현장 소장으로 근무했을 때였다. 체육관 등 공사와 관련해 대학으로부터 추가 승인을 받으려면 총장을 만나야 했다.

그런데 그 대학의 시설팀장이 “총장께서 골프를 좋아하니 별도의 만남 시간을 내려면 골프장이 좋다”고 말하길래 보름 뒤 골프 약속을 잡아 놓았다.

마음이 급해진 최 회장은 연습장으로 달려가 프로에게 “15일 후 필드에 나갈 수 있도록 속성으로 골프를 가르쳐달라”고 졸랐다. 퇴근하면 곧바로 연습장으로 향했고 오후 11시까지 4∼5시간씩 훈련했다. 출장이나 술 약속 탓에 연습을 못 하면 다음 날 새벽에 연습장 문을 열 때를 기다렸을 만큼 정성을 다했다.

그렇게 1주일을 연습하니 갈비뼈가 아파 숨을 제대로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 병원에서 갈비뼈의 횡격막이 손상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래도 쉴 수가 없었다. 총장과의 라운드 전날 프로와 함께 ‘모의고사’를 치렀다. 예비 라운드를 통해 필드 적응훈련을 마쳤다.

다음 날 총장과의 첫 라운드에서 96타를 쳤다. 구력이 꽤 된 총장은 “생각보다 공이 안 맞는다”며 95타를 적어냈다. 라운드 후 저녁 자리에서 총장은 최 회장을 보면서 “젊은 친구가 골프를 잘한다”고 칭찬했다.

동반했던 대학 관계자가 “불과 보름 만에 갈고닦은 실력”이라고 하자, 총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총장은 특히 자신을 면담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데 감탄했다. 총장은 다음 날 바로 증축 공사를 허가했다.

최 회장은 골프를 배우면서 ‘6개월 이내에 ‘싱글’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실제로 그 목표를 달성했다. 최 회장은 “의지와 노력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연습했다.

초보 시절 매일 오전 3시쯤 일어나 집(서울 송파구 잠실)에서 나와 경기 고양시의 123 골프장에 도착해 골프 백을 세워 놓고 연습했다. 티 타임이 되면 6홀짜리 코스 2바퀴를 돌고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출장 기간을 제외하면 1주일에 4차례를 이렇게 연습과 실전을 반복했다. 이 덕분에 6개월 만에 79타를 챙겨 첫 싱글 패를 받았다.

건설사 영업팀장 시절 접대하려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자신만의 플레이에 집중하면서 이 같은 ‘파란’을 연출했다. 최 회장은 “그때 ‘이제 100타를 깬 정도’라고 소개했는데, 정작 79타가 나오자 동반자들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면서 “그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하며 웃었다.

최 회장은 1990년 창업 이래 사용해 오던 강동구 거여동 사옥을 올해 송파로 이전했다. 최 회장은 사업 초창기 종합건설 면허를 갖고 빌라단지를 지었다. 공장 건설 붐이 일자 철골과 조립식 패널을 전문으로 해오다 10여 년 전 유리 및 창호 전문업종으로 전환했다. 건축 외벽에 유리를 설치는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엔 유리의 단열성이 강화됐고 공기를 단축하고 반영구적인 내구성을 지녀 콘크리트 벽체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췄다. 유리 벽은 외부에서 보기에도 깔끔하고 건물관리 측면에서 비용절감 효과가 크다. 유리로 시공할 경우 웬만한 단열재보다 높은 열효율을 자랑해 이젠 대리석보다 비싼 유리 제품이 많다. 연간 유리 공사만으로 700억 원대 시공능력을 갖췄지만, 경쟁력과 효율성을 고려해 연간 400억 원 정도만 수주하고 있다. 아파트로 따지면 2만 가구가 넘는 물량이란다.

최 회장은 “숙련도와 전문성이 필요한 업종이다 보니 임직원 확보가 매출과 직결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임직원 복지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쓴단다.

최 회장이 만든 사내 복지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특이한 건 ‘효도통장’이다. 월급날이면 직원 통장뿐 아니라 부모님 통장에도 매달 용돈을 보낸다. 최 회장은 월급에서 일정액을 떼 따로 부모님께 전달하기 힘들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이 아이디어를 10년 전 도입했다. 최 회장은 “효도통장은 직원을 효자로 만들고, 부모에겐 ‘자식이 좋은 회사에 다닌다’는 자긍심을 심어줬다고 자부한다”고 자평했다. 부모 1인당 10만 원씩. 최 회장은 “이 통장 덕분에 자식이 회사를 계속 다니는지 확인할 수 있어 이직률까지 낮추는 효과를 덤으로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의 베스트 스코어는 4언더파 68타. 10여 년 전 골프모임에서였다. 경기 용인의 기흥골프장에서 전반에만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낚더니 후반을 1오버파로 막았다. ‘전성기 시절’엔 이븐파를 곧잘 남겼고 2언더파 70타까지 나왔지만, 60대 타수는 당시가 유일했다.

홀인원은 한 번. 1991년 6월 남수원 골프장 2번 홀(파3) 190m 거리에서 3번 아이언으로 유일하게 행운을 안았다. 앞바람이 불어 그립을 짧게 잡고 펀치 샷으로 낮게 쳤고, 그린 뒤편에서 사인을 주며 기다리던 앞 팀에서 환호가 터졌다. 홀인원 부상으로 미국 하와이행 1등석 왕복항공권 2장이 걸려 있었다. 때마침 대한항공이 처음 747 점보기를 들여오기에 앞서 홍보마케팅 차원에서 부상으로 내걸었던 것인데 ‘1호 수혜자’가 됐다.

최 회장은 골프 외에 수영을 즐기는 편인데 특히 스킨스쿠버는 수준급이다. 쉼 없이 달려왔던 최 회장은 2009년 아내의 권유로 1년 동안 휴식기를 갖기로 하고 아들이 살던 캐나다로 떠났다. 아내와 함께 갔지만, 마땅히 소일거리가 없어 몇 달 안 돼 필리핀 세부로 넘어가 8개월 동안 머물렀다. 긴 휴가 기간에 스쿠버를 배웠고, 중상급 단계로 인명구조를 할 수 있는 ‘레스큐’ 과정까지 마스터했다.

최 회장은 매달 10일 정도는 제주에 머물며 골프와 스킨스쿠버를 즐긴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