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재활 치료, 모든 질환 사망률 최대 47% 낮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 여성 심장 질환 환자가 21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고대구로병원 심장재활센터 스포츠의학실에서 의료진과 함께 운동요법을 통한 심장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고대구로병원 제공

- 고대구로병원 김응주 교수팀이 전하는 ‘심장 관리’

美심장협회 “환자가 거부해도
의사는 반드시 권고·의뢰해야”
심장재활을 ‘머스트 지침’명기

국내 2월부터 건보 적용됐지만
급여 기준 까다로워 혜택 적어

식단+약물+운동 ‘3개월 관리’
대학병원 프로그램 참여할 만

“적지도 많지도 않은 음식과 운동은 건강을 위한 가장 훌륭한 처방이다.”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가 한 말이다. 적당히 먹고 움직이는 것이 의학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다만, 현대 의학에서 이러한 ‘훌륭한 처방’은 대부분 의료 기관에서 중요시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의료 기관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처방은 ‘약, 시술, 수술’ 등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처방 이후에라도 ‘적당한 음식과 운동’을 처방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른바 ‘재활’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일쑤다. 고대구로병원 심장재활센터 김응주 교수는 21일 “특히 심장 질환에서 재활의 중요성이 크다”며 “심장 재활 치료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을 최대 47%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동안 비급여로 분류됐던 심장 재활에 지난 2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됐지만, 여전히 심장 재활 환자는 전체의 5% 미만에 그치고 있다. 까다로운 급여 기준, 이로 인한 참여 기관의 감소, 병원의 인력 운영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다. 의료 당국의 인식 개선과 제도적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망률 낮춰주는 심장 재활=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심장 재활은 1950년대부터 점차 보급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특히 사망률 감소에 탁월한 효과가 인정돼 심장 환자들에게 반드시 시행하도록 가장 높은 수준으로 권고되고 있다.

김 교수는 “심장 질환 치료에서 사망률을 낮추는 데 가장 첫 번째 권고 사항은 ‘심장 재활’이라고 모든 치료 지침에 명시돼 있다”며 “특히 영어로 꼭 해야만 한다는 의미의 Should, Must로 표기돼 있는데, 그만큼 중요한 지침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미국심장협회(AHA)와 심장학회(ACC)는 지난 9월 환자가 심장 재활을 거부하더라도 의료진은 반드시 심장 재활을 의뢰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심장 질환 환자는 심장 기능이 감소해 운동 능력이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치료 후에도 재발 우려가 남는다. 이후 자기관리 실패나 경제적인 이유로 2차 예방에 실패해 재발이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심장 재활은 이들의 전신 운동 능력을 향상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도와 삶의 질을 개선하고 사망률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심장 재활을 심장 질환 치료의 ‘마지막 단계’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환자의 심장 상태를 모니터링하면서 잘 조직된 프로그램으로 심장 부하를 늘려 가면 근육이 활발해지고, 활성산소가 줄어든다”며 “이는 환자의 건강은 물론 삶의 질, 자신감까지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국내선 심장 재활 여전히 부족= 국내 심장 재활 치료 환자의 규모는 5%로 미국의 20~30%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지난 2월부터 심장 재활이 보험 급여화가 돼 환자들의 참여율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게 학계의 평가다. 특히 까다로운 급여 기준 때문에 혜택을 볼 수 있는 환자가 많지 않은 현실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급여 대상의 경우 외국의 경우 대부분 운동으로 인한 위험이 작은 안정형 협심증 환자는 심장 재활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국내 급여 기준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또 일부 해외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무증상 관상동맥 질환,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 보조인공심장(VAD)을 삽입한 환자도 국내 급여 기준에는 빠져 있다.

병원 내 인력 기준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심장 재활 인력에 운동생리사와 운동치료사가 포함돼 있지만, 국내에는 없다. 또 시설 면에서도 심장 재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일정한 치료실의 최소 면적 규정이 명시되지 않은 점도 지적 사항이다.

김 교수는 “급여화 후 심장 재활을 진행하는 기관 수가 어느 정도 변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없지만,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참여 기관이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주도적 관리= 김 교수는 ‘심장 재활’의 키워드는 ‘자기 주도’와 ‘다학제’라고 강조했다. 심혈관 질환자의 경우 심장 수술이나 시술 후에는 약 처방 외에는 병원에서 해 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나머지 90% 이상은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환자 대부분은 어떤 음식을 먹고, 무슨 운동을 언제부터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교육이 부족해 심적인 부담이 매우 크다.

고대구로병원 심장재활팀은 심혈관 질환의 이해를 돕기 위한 교육 및 영양(식이), 위험인자의 조절(금연 등)과 약물 복약 교육은 물론 3개월간 총 36회에 걸쳐 운동 재활 교육을 실시하는 심장 재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스포츠 클리닉에서는 운동 요법(기본 운동·본 운동·정리운동), 본인 질환(심근경색·심부전·말초동맥 질환·협심증 등), 기초 체력(심폐지구력·근력), 그리고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에 따라 각각의 특성에 맞게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 3회씩 진행한다. 3개월을 마치고 나면 수료증과 함께 각 지역의 피트니스 센터나 개인이 직접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리포트를 마련해 준다. 만일 본인이 원할 경우에는 다시 3개월 동안 심장 재활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고대구로병원 심장재활팀은 심혈관 센터, 스포츠 의학실,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영양팀, 약제팀 등 다학제로 구성돼 2주에 한 번씩 모여 회의하면서 환자 맞춤형 재활 포인트를 찾는다. 또 환자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개발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파일럿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환자는 가정에서 애플리케이션에 혈압·혈당·식사·운동량 등을 기록하고 전문가는 1대1로 심장 재활에 유용한 운동 방법, 식단 등을 코치하는 방식이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