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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22일(水)
치마 ‘튀튀’ 한 벌에 100만~300만원대… 대작 한 편에 400벌 사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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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

- 연말 잇단 공연… 발레 의상의 모든 것

‘오네긴’ 80벌 ‘안나…’ 110벌
의상 비용으로만 3억~4억원

제작후 다음 공연에선 재사용
‘백조의 호수’ 25년간 쓰기도

수입의존하다 국내제작 많아져
최근엔 외국서 의뢰들어오기도

서양작품-韓디자이너 ‘컬래버’
창작발레서 독특한 의상 연출


매년 연말은 국내외 발레단이 명품 무대로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는 ‘발레 대전’이다. 특히 올해 11월에는 국립발레단,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이 잇달아 작품들을 선보이며 팬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각 발레단이 선보이는 작품의 색깔과 분위기를 한눈에 드러내는 것은 단연 발레 의상. 중세 귀부인을 연상시키는 풍성하고 긴 발레 스커트부터 현대적 복식을 연상시키는 발레리노의 타이츠까지, 발레 의상은 그 자체로 드라마를 품고 있기도 하다.

◇한 작품에 평균 몇 벌, 비용은 = 발레 의상이라고 할 때 흔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발레리나들이 레오타드와 타이츠 위에 입는 풍성한 치마, 즉 ‘튀튀’다. 작품과 배역에 따라 길게 늘어트린 시폰 스커트나 실크 스커트 등 현대화한 형태로 입기도 하지만 튀튀는 여전히 대부분의 공연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의상이다.

일반적으로 대극장 무대에 올라가는 공연에 등장하는 클래식 튀튀의 경우 제작비로 평균 100만 원대 후반에서 200만 원 정도가 소요된다. 디자인비에 화려한 보석과 레이스 등의 장식비 등이 포함된 가격으로, 해외에서 제작할 경우 300만 원을 호가한다. 여기에 머리 장식, 부채 등의 소품, 신발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

남성 발레리노의 경우 하의로 타이츠를 착용하고 극에 어울리는 다양한 소재와 분위기의 상의를 입는다. 화려하게 장식된 타이트한 티나 드레스 셔츠·재킷 등이다.

대극장에 올리는 중간 규모의 발레 작품 한 편에 대개 70∼100벌의 의상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상 제작비는 3억∼4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24∼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4년 만에 공연되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작품 ‘오네긴’의 경우 80여 벌이 사용됐고, 앞서 국립발레단이 1∼5일 선보인 ‘안나 카레니나’는 의상이 110여 벌에 달했다.

▲  국립발레단의 ‘안나 카레니나’

다만 이는 일반적인 클래식 발레 작품에 해당하는 것으로 작품 내용과 등장인물의 수, 드라마 발레 등 작품의 특성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의상 팀 담당자는 “클래식 발레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축에 속하는 작품 ‘라 바야데르’의 경우 150여 명의 출연진에 400여 벌이 필요했을 정도”라며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 때도 200벌 이상이 사용됐다”고 말했다. 제작비 중에서 출연료와 극장 대관비, 오케스트라비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의상 제작비는 10∼20% 선으로 책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역시 일괄적으로 이야기하긴 어렵다.

이처럼 발레 의상에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수명도 길다.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은 발레 작품들이 3∼5년 주기로 무대에 다시 올라간다고 봤을 때, 의상도 때마다 새로 제작하지 않고 기존의 것을 재활용하게 된다. 간혹 주연 무용수의 체격 차이가 클 경우 사이즈 문제로 수선 혹은 일부 추가 제작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개 의상 원단이 삭거나 해지지 않는 이상 대폭 교체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유니버설발레단 관계자는 “비교적 자주 무대에 올리는 ‘백조의 호수’도 25∼26년 된 의상들을 무용수들이 그대로 입는다”고 귀띔했다.

◇발레 의상 제작, 유럽에서 한국으로 = 발레 자체가 서양에서 들어온 공연 장르인 탓에 그간 의상 역시 해외에서 제작·수입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국내에서 발레 공연 제작 편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주요 단체들의 정기 공연이 자리 잡으면서 국내의 전문 의상 제작 수준도 유럽 못지않게 높아졌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유니버설발레단의 경우 창단 초기 러시아·미국 출신 예술감독을 통해 의상을 해외에서 일부 들여오기도 했지만, 이후로는 해외에서 샘플을 받아 제작은 국내에서 직접 하는 방식을 택했다. 최근에는 디자이너로부터 샘플이나 작업 지시서 등을 토대로 국내 의상실이 만들어내는 경우가 90% 이상이라고 한다.

국립발레단도 올해 초 공연한 작품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 등장하는 의상들을 전부 한국 의상실에서 제작했다. 국립발레단 관계자는 “워낙 출연자도 많고 분량도 긴 대규모 작품이다 보니 의상을 외국에서 제작할까 했는데 예술감독이나 디자이너가 한국의 클래식 튀튀 제작 수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해서 한국에서 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발레단 관계자는 “외국 의상실에서 발레 의상을 제작한다면 한국과의 기술력의 차이라기보다는 구할 수 있는 원단 등의 차이 때문일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국내 발레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만큼 발레 쪽으로만 특화해 의상을 제작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대신 현대무용이나 한국무용, 뮤지컬 등 다른 공연 예술의 무대의상을 두루 취급하는 제작처에 의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니버설발레단 관계자는 “대규모 발레 전막 작품을 소화할 수 있는 의상실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정도라고 알고 있다”며 “다만 발레 작품을 클래식한 것만 하는 게 아니니까 모던발레 등 작품 색채에 따라서 여러 제작처에 의상을 맡기는 것이 흔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또 국내 여러 발레단에 의해 비교적 자주 무대에 오르는 클래식발레 작품의 의상 제작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지만, 많이 공연되지 않은 드라마 발레나 모던 작품을 할 때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엔 디자이너들과의 협업 시도도 = 최근 발레 의상 제작 시 패션 디자이너들이 참여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특히 유럽 고전발레 작품이 아닌 한국적 색채의 창작 발레 작품을 제작할 때 외부 디자이너로부터의 ‘수혈’이 잇달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립발레단이 지난 5월 선보인 창작 발레 ‘허난설헌-수월경화’는 드레스 디자이너 정윤민이 만든 의상들이 화제를 모았다. 조선 중기 여류 시인 허난설헌의 시 세계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에서는 한복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66벌의 독특한 의상이 이목을 끌었다. 이를 만든 정윤민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신지아 등 클래식 무대의 의상을 주로 만들어온 디자이너다.

이 발레단은 2012년 창단 50주년 공연 ‘포이즈’를 올릴 때도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에게 의상과 무대 디자인뿐만 아니라 연출까지 맡겼다. 정구호는 1997년 여성복 브랜드 구호(KUHO)를 론칭했고, 2013년까지 제일모직 여성복 사업부 전무로 근무하는 등 패션계에서 입지가 단단한 인물이나 최근 발레 등 공연계로 발을 넓히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이 2007년 처음 공연한 이래 세계 여러 무대서 초청받고 있는 작품 ‘춘향’의 의상도 한복 디자이너 이정우의 작품이다. 이정우는 배우 전지현의 시어머니이자 유명 한복 디자이너인 이영희 씨의 딸이기도 하다.

패션 디자이너가 발레 의상 제작에 참여한 사례는 해외에서 더욱 다양하다. 세계적 명성의 파리오페라 발레단은 세계적인 오트 쿠튀르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라크루아,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발망 디자이너 올리비에 루스탱 등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는 파격·도발적인 무대로 유명한 프렐조카주 무용단의 작품 의상을 맡기도 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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