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이란·터키 ‘시리아 안정 회담’ 합의

- 소치서 3자 정상회담

“정당·국내외 야권·종교단체
핵심 정치일정 등 함께 논의”
세력별 경쟁·대립 거세질 듯

美·사우디와 주도권다툼 전망

러시아와 이란, 터키가 이슬람 수니파 극단적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시리아 퇴각 이후 ‘포스트 IS 시리아’ 구상을 위해 3자 정상회담에 들어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진영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혼돈과 불안 상태인 시리아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 편에 서서 IS 격퇴에 나섰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자국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과 만나 시리아 사태 안정화를 위한 3자 정상회담을 했다. 이들은 시리아 정부와 반정부 세력이 모두 참여하는 ‘시리아 국민 대화 대표자 회의’를 조만간 개최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시기는 추후 정하기로 했다.

푸틴 대통령은 “대표자 회의가 여러 정당과 시리아 국내외 야권, 민족·종교단체 등의 대표들을 폭넓게 모아 시리아 국가 전체의 정치 일정과 관련한 핵심적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 이란, 터키는 휴전 체제 공고화, 긴장 완화지대 지속적 운용, 분쟁 당사자들의 신뢰 구축 등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면서 “이날 회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기초한 시리아인들 내부 대화 활성화를 위한 첫 번째 행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일 소치를 전격 방문한 알아사드 대통령과도 회담했다. 시리아 내전에서 러시아와 이란은 시리아 정부를, 터키는 반군을 각각 지원했다. 하지만 터키가 미국의 시리아 정책을 반대하면서 러시아-이란-터키 연합이 형성됐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는 러시아와 이란을 견제해 사실상 반정부 세력을 지원해왔다. 현재 시리아 정부는 서부를 중심으로 전체 영토의 50% 정도에서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다. 쿠르드계는 북부 25%를, 반정부 세력은 20% 정도를 장악하고 있다. IS 점령지는 5% 미만으로 축소된 상태다.

유엔은 오는 28일 스위스 제네바로 제반 세력을 불러 놓고 다시 시리아의 미래를 위한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러시아-이란-터키 연합 주도로 대표자 회의가 본격 운영되면 경쟁 및 대립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11일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중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시리아 분쟁의 궁극적인 해결은 제네바 합의 틀에서 찾아야 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반정부 세력은 다양한 조직과 분파로 나뉘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정부 세력은 22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모여 제네바 협상에 나갈 대표단 구성과 협상 전략을 논의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