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넘어설 대안은 ‘골목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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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길 자본론 / 모종린 지음／다산 3.0

삼청동·가로수길·경리단길…
한국 특수 현상인 ‘골목 상권’
경쟁심화…세입자 쫓겨나기도

소상공인 장인 공동체 만들어
정체성 회복·상권 몰락 막아야
창업돕는‘골목길 기획사’필요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린다. ‘골목’은 말 그대로 대로변 상권, 몰(mall) 상권이 아니라 걸어서 움직일 수 있는 도심 안 골목길을 말한다. 최근 10여 년 사이 홍대 앞, 삼청동,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이 문화적·상업적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고, 핫하다 못해 임대료 상승과 뒤이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사회적 고민거리가 됐으니 골목길 경제학자의 등장은 자연스럽고도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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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시의적절한 책 ‘골목길 자본론’에서 모 교수는 골목을 경제학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제까지 골목길은 도시 공학과 건축학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다 보니 골목상인, 임대료, 상권 경쟁 등 골목 상권에서 일어나는 경제 현상을 체계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골목 상권의 활력, 경쟁력, 수요 공급 등 경제 변수, 정부 정책에 따라 골목 상권이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하고 이해하는 골목 경제학이 필요하다.”

저자에 따르면 골목 상권은 매우 ‘한국적 상황’이다. 외국에 없는 한국만의 현상이라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이다. 외국의 경우 역사적으로 자연스럽게 골목 상권이 형성돼 익숙한 일상이 된 데 비해 우리는 한국전쟁과 경제개발로 골목 동네 문화가 전면 퇴출됐다가 이제야 막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1960년대 이후 도시 재개발, 강남 개발로 아파트가 주거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골목 주택은 주류에서 사라졌고 상권이라면 백화점, 아파트 상가, 대로변 상권, 몰 상권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골목길이 부활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 1990년대 중반 홍대를 중심으로 시작된 골목길 문화가 삼청동, 가로수길, 이태원 등으로 확산된 데 이어 지방 도시로까지 번지면서 도심 대로변 상권, 몰링 상권과 경쟁하는 상권으로 부상했다.

이같은 골목길 분석은 중반을 넘어서면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로 이어진다. 저자가 제안하는 대안은 고유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자율적으로 협력하는 장인 공동체이다. 저자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접근하거나 건물주는 강자, 임차인은 약자로 보는 흑백 논리도 거부한다. 이는 소상공인들이 주도하는 골목 상권에 적합하지 않고 실제 도움도 되지도 않는다고 했다. 아직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역사가 짧아 이해의 폭이 좁지만 임대료 상승으로 상권 전체가 황폐해지는 사례를 지켜보면서 협력하지 않으면 모두가 불행해진다는 사실을 알기 시작했다고 봤다. 특히 골목 상권은 임대인도, 임차인도 파트너로서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같은 배를 탔다는 공동체 정신을 발휘해야 경쟁력이 지속 가능해진다고 했다.

이를 위해 저자는 골목 상권의 C-READI 모델을 제안한다. 문화 인프라(Culture), 임대료(Rent),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 접근성(Access), 도시 디자인(Design), 정체성 (Identity) 등 6가지 조건을 충족돼야 경쟁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은 자영업 역량 강화라고 했다. 저자는 골목 상권, 골목 문화를 만드는 소상공인이야말로 한국 경제 혁신의 동력이라고 했다. 골목 장인을 기획하고 창업과 경영을 지원하는 골목길 기획사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흥미롭다. 학문적 연구서라기보다는 골목길 상권과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보고서인 책은 골목 상권의 주·조연들, 정책 입안·행정가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 흥미로운 통찰을 준다. 392쪽, 1만8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