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출범후 무너지는 ‘불법시위 무관용’ 원칙

경찰, 집회 대응 완화 조치
인권위 “시위단체에 보조금”
“불법·폭력시위 기승 우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찰도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쪽으로 시위진압 지침을 바꿔 가는 중이어서, 앞으로 불법시위가 기승을 부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불법·폭력시위에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히 대응한다’는 방침을 표방해 왔던 경찰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외부인사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안을 수용하는 형식을 통해 새로운 집회 대응 방식을 잇달아 발표해 왔다. 지난 7월 초 개혁위가 발표한 내용은 △교통 불편을 이유로 한 집회 제한 원칙적 금지 △소요사태 등 불가피한 살수차 사용 때도 수압 기준 하향 △경찰 버스로 차벽(車壁) 만들기 원칙적 금지 △사진촬영 등 증거를 수집하는 현장 채증(採證) 제한 등이었다.

12일 취임한 이주민 신임 서울지방경찰청장도 취임사를 통해 “인권과 안전에 중점을 둔 집회시위 대응으로 참가자와 일반 시민의 기본권이 조화롭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자율과 책임에 기반을 둔 집회시위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경찰이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청와대 인근 집회를 제한하고, 차벽과 경찰 방패 등을 동원해 시위대 접근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게 오히려 이례적인 일이었다. 경찰은 이전 정부에서는 폭력집회가 아니더라도 불법행위라고 판단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참가자 전원을 체포하겠다고 밝혀 왔다. 현장에는 경찰 병력과 살수차·차벽 등을 충분히 배치하고, 현장 검거가 어려울 경우 채증으로 사후 사법조치와 민사 손해배상을 진행한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경찰은 지난 9월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던 사건의 진상을 조사한다며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도 발족했다. 용산 참사,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 밀양 송전탑 반대 집회 등이 조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런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는 불법시위를 주도한 단체에 대해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인권위는 지난 6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불법시위 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 제한 규정을 내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예산집행지침)에서 삭제하도록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 학계 전문가는 “정부 예산으로 불법을 부추기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