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은 날 집어삼켰다…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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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샤이니 종현 遺書 공개

“내가 사라지면 이 글 올려줘”
부탁받은 나인, SNS에 업로드
4월 발표한 ‘론리’ 뒤늦게 1위
WP “K-팝 팬들 엄청난 충격”

“우울은 날 집어삼켰다. 왜 죽으냐 물으면 지쳤다 하겠다.”

스스로 삶을 마감한 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본명 김종현)이 지인에게 남긴 유서를 통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심경을 밝혔다.

평소 종현과 친분이 있던 그룹 디어클라우드 멤버 나인은 19일 자신의 SNS에 “종현이 ‘본인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이 글을 꼭 직접 올려달라’고 부탁했다”며 “이런 날이 오지 않길 바랐는데 가족과 상의 끝에 그의 유언에 따라 유서를 올린다”며 글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종현은 “난 속에서부터 고장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며 “막히는 숨을 틔울 수 없다면 차라리 멈추는 게 나아”라고 적었다.

평소 우울증을 호소했다고 알려진 종현은 이어 “난 오롯이 혼자였다. 난 도망치고 싶었어. 나에게서. 너에게서”라며 “왜 죽으냐 물으면 지쳤다 하겠다”고 토로했다.

사망 직전 친누나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제까지 힘들었다. 고생했다고 말해 달라”고 호소하던 그는 이 유서에서도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 안녕”이라고 당부하며 글을 맺었다.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샤이니 종현의 사망 소식은 외신들도 긴급히 타전했다. 영국 BBC는 ‘K-팝 슈퍼스타의 사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고, 미국 음악전문매체 빌보드는 “그는 진정한 재능을 가졌고 창의적이었다. 오래도록 그리워질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역시 “샤이니의 리드 싱어가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고 보도했다.

생전 종현이 우울증에 시달린 사실이 알려지며 철저한 관리 속에 속박된 삶을 사는 한국의 아이돌 가수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삶의 가치관이 형성되기 전인 10대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하며 지독한 도덕성과 규범을 강요받는 아이돌 가수들은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아등바등한다. 이 때문에 각 연예기획사들이 주기적으로 심리 상담을 받게 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만 역부족이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한국에서 가수들은 소속사의 엄격한 관리를 받는다”며 “종종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의 행동 규범을 요구받으며, 소셜미디어 댓글을 통해 신랄한 비판을 받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종현의 빈소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유족들과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장례 절차를 준비 중이다. 팬들을 위한 분향소는 따로 설치된다. 그를 추모하는 팬들이 지난 4월 종현이 발표한 노래 ‘론리’를 찾아 들으며 이 노래는 19일 오전 멜론차트(7시 기준)에서 뒤늦게 1위에 올랐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