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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時評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02일(火)
보수정치가 회생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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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중 前 연세대 교수·정치학

탄핵에도 웰빙·기득권黨 여전
세비·보좌관 늘리기 찬성 한심
헌법 ‘복수 정당제’ 위협 수준

무책임 정책에도 무기력 방조
新보수 강령 과감히 채택하고
사명감과 품격으로 무장해야


추락한 보수(保守) 야당의 재건은 새해 한국 정치의 큰 과제다. 지난 연말까지 대다수의 조사는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4분의 1에 지나지 않는 10% 초반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본격화된 추락 행렬에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보수 야당의 벼랑 끝 추락이 왜 문제인가? 우리 헌법은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는 항목을 포함하는데, 이것이 단순히 산술적 복수정당제를 보장하기 위함이 아님은 쉽게 짐작된다. 대한민국 정치가 견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운영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추진 주체들도 인정하듯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인 이른바 ‘소득 주도 성장’의 구호 아래 지속 가능성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정책을 남발한다. 헌법이 보장한 복수정당제의 막중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까닭이다. 이는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의 존재감 회복은 정파에 따른 손익계산을 떠나 헌정 질서의 건전한 유지와 정책의 극단적 쏠림 방지를 위해서도 필수적 과제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조사는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과 비영남권은 물론 전통적 텃밭인 경남·부산에서도 한국당의 선거 전망이 밝지 않음을 보여준다. 어떻게 한국당은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직접적 배경은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을 거치며 폭로된 문란한 통치 행태다. 이 과정에서 당이 보여준 무기력한 행태는 공당으로서의 당의 신뢰도를 산산조각내기에 충분했다. 동시에 어느 시점부터 한국당은 기득권에 봉사하고 이미 확보한 기득권 향유에 몰두하는, 아울러 정치적·정책적 명분을 위한 치열함이 결여된 채 적당히 투쟁하고 ‘편안함’과 ‘안락함’을 즐기는 데 급급한, 이른바 ‘기득권’ 그리고 ‘웰빙 정당’으로 회자되기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야기된 위기적 상황은 한국당의 신뢰도 구축을 위한 심기일전(心機一轉)의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를 위한 어떤 진지한 움직임도 없었고, 오히려 지난해 12월의 2018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은 기득권·웰빙 정당의 면모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예산안 심의 당시 한국당은 국가 재정적자가 우려되고 청년실업이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음에도 어떠한 유보적 몸짓도 없이 의원 세비(歲費) 인상과 보좌관 증원안(案)에 손을 들었다. 스스로의 기득권이 걸린 사항에서는 추호도 물러날 의지가 없음을 과시한 것이다.

한국당은 이밖에 무책임의 극치인 공무원 증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 민간기업의 임금을 정부 예산으로 보전하는 것과 같이 시장의 기본을 파괴하는 항목 등을 포함한 정부의 2018년 예산안은 물론 글로벌 경제 추세에 역행해 경쟁력을 잠식할 위험을 내포한 법인세 인상 개정안의 통과도 무기력하게 방조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내 누구도 이 쟁점들을 틀어쥐고 치열한 반대 논리를 펴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한 보수 야당을 떠난 민심이 되돌아올 리 없다.

작은 희망은, 그나마 홍준표 대표가 기득권·웰빙 정당으로서 당의 실상을 냉엄하게 인식한다는 점이다. 지난 연말 홍 대표는 당 소속 의원 중에는 의원직을 ‘알바’ 또는 노후대책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고, 당 소속 의원 가운데 겨우 10%만이 치열함을 지닌다고 질타한 바 있다. 이는 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무언의 압박에서 벗어난 홍 대표가 특유의 결기로 당의 체질 개선에 전력을 기울일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 스스로도 변해야 한다. 그의 언어는 종종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짜릿함으로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는데, 이는 대중정치인의 덕목 가운데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다른 정치인을 ‘암세포’ ‘연탄가스’ ‘바퀴벌레’ 등으로 지칭하는 언어 구사는 언어 사용자에 대한 비호감과 혐오감을 야기하고 그가 대표하는 당의 신뢰도까지도 함께 끌어내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당은 조만간 제2의 혁신위를 출범시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의 가치를 강조하는 신(新)보수주의 강령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6월 선거에 대비한 조치일 것이다. 그러나 6월 선거에 대비하는 최선의 방책은 진정성과 사명감으로 무장한 공당(公黨)으로 당이 다시 태어나는 데 있다. 이것이 뒷받침되지 않은 공약과 약속이 약발을 발휘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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