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 의사가 중증장애인 ‘1대1 포괄 관리’… 본인부담률 10%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느티나무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느티나무 의원 나현진 원장이 간호사와 함께 지체장애와 청각 장애를 가진 할머니 자택으로 방문진료를 와 의사소통용 통으로 대화하며 진찰을 하고 있다. 조합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후원으로 지난해 민간영역에서 장애인 주치의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느티나무 의원 제공

- 복지부 ‘장애인 주치의’ 제도 5월 시범사업

장애인 만성질환 유병률 77%
의료비, 국민 평균 3.5배 달해

1 ~ 3급 중증장애인 대상으로
주치의가 진단·치료계획 세워
수술 필요하면 병원 연계까지
전문관리·일반관리 선택 가능
3월부터 참여 의사 모집 돌입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정작 장애인들은 이런 서비스를 제대로 받기 힘들다. 경제·신체적으로 취약한 장애인의 특성상 비용 부담은 물론, 장애 이해도가 낮은 의료진에 대한 심리적인 불편함, 의료기관까지의 이동 및 의사소통 문제 등으로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행 의료 시스템은 급성기 중심으로 이뤄져,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관리가 필요한 장애인들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장애인의 만성질환 유병률은 77.2%로 비장애인(34.9%)보다 높고, 의료비 역시 전체 국민 평균의 3.5배에 달하는 등 개인적·사회적 부담이 늘어나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현행 복지와 관련해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장애인 건강권을 구체화해 ‘장애인 건강관리의사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른바 ‘장애인 주치의’ 제도다. 전담 의사가 중증장애인을 지속적·포괄적으로 관리하고 의료기관에 의뢰하거나 연계하는 의료 이용 조정 역할 제도다. 보건복지부는 3월부터 참여 의사를 모집해 오는 5월부터 시범 사업을 시작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10일 “예방적 관리 강화로 장애인의 건강이 개선되고, 장애인은 물론 가족의 삶의 질 향상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의료진에게 장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되고, 사회적으로도 건강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불필요한 치료를 줄일 수 있어 장기적으로 국민 의료비를 절감하는 효과도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 단계적으로 확대 = 장애인 주치의 제도의 기본 방향은 장애인과 의사를 1대1로 묶어 전담 의사가 담당 장애인을 연속성 있게 관리하는 것이다. 주치의는 장애 환자에 대한 진단을 거쳐 치료 계획을 세우고, 체계적으로 건강을 관리하게 된다. 또 교육과 상담도 연계하며, 수술 등이 필요할 경우 적합한 병원으로 연계해주기도 한다. 복지부는 전문장애관리를 담당하는 ‘주장애관리의사’와 만성질환 및 일상적 질환의 관리를 담당하는 ‘일반건강관리의사’로 유형을 분리, 장애인이 선택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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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장애관리는 시범 사업에서는 지체, 뇌병변, 시각 등 3개 장애 유형에 대해서만 실시하고 단계적으로 15개 전체 장애 유형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서비스는 케어플랜(전문 또는 일반), 교육·상담, 의뢰·연계로 구성된다. 참여 희망 기관 중 일부를 선정해 전화 상담과 방문 진료도 진행할 예정이다. ‘케어플랜’은 의사가 연 1회 장애인의 장애 상태, 생활습관(흡연·음주·영양·운동), 병력, 질환 관리 상태, 환경 요인 등을 평가하고 관리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다. ‘교육·상담’ 단계에서는 질병·건강(생활습관 개선) 등은 물론 욕창·관절구축·낙상 등 장애 관리에 대한 교육 및 상담을 제공한다. ‘의뢰·연계’에서는 환자 상태에 따라 전문진료과에 합병증 등을 의뢰하고 진료 결과를 회신받아 관리하거나 보건소 등 지역사회 관련 기관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거동 불편 등 사유로 내원이 어려운 경우 전화로 상담하고, 방문 진료는 의사가 최소 2년 이상 경력을 지닌 간호사 등과 함께 환자를 찾아 케어플랜, 교육·상담, 검사처치 등의 간단한 진료와 처방 등을 제공하게 된다.

◇ 중증장애인 본인부담금은 10% = 대상은 만성질환 또는 장애로 건강관리가 필요한 1∼3급 중증장애인이다.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와 기관은 의원급 의료기관 의사를 기본으로 하고, 전문장애관리에는 종합병원 의사까지 참여하도록 했다. 상급종합병원 전문의는 제외됐으며, 진료 여건 등을 감안해 의사당 환자 수도 100명으로 제한했다. 복지부는 참여 의사를 공모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건강관리의사 교육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일반건강관리 분야 의사는 전공 과목의 제한이 없지만, 주장애관리의사는 해당 장애를 진단하는 전문의로 한정된다. 지체장애의 경우 재활의학과·정형외과·신경외과·신경과·내과(류머티즘) 등이며, 뇌병변장애는 재활의학과·신경외과·신경과, 시각장애는 안과다.

정부는 장애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비스에 대한 본인부담률을 10%로 적용,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 다만 의료 연계 등을 통해 받는 진찰료 등 일반 진료는 기존과 같이 통상 건강보험의 본인부담률(30%·성인 의원급 외래 기준)을 적용한다. 복지부는 시범 사업 평가 후 본인부담률의 조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의료진에게 제공하는 수가는 케어플랜 1회, 교육·상담 12회 기준으로 연간 21만 원에서 25만 원 정도로 책정하고, 방문료 발생에 따른 비용은 추가로 산정하기로 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