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찬 교수의 중국어와 중국 문화>하늘의 뜻 ‘참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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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포항지진을 두고 천벌 논란이 있었다. 대통령에 대한 하늘의 경고라는 의미였는데, 이런 논리를 참위론(讖緯論)이라고 한다. 천재지변은 임금 탓이라는 논리다. 이런 사상은 고대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의 경우 기원전 진나라 때부터 존재했다고 한다. 단순히 보면 일종의 신비론이자 미신으로 보이지만, 강력한 통치이념이기도 했다. 이성적 논리보다 심리적 영향력이 막강했다.

암암리에 존재하던 참위론이 정치적 위력을 발휘하게 된 것은 한나라 때였다. 한나라 때는 황노(黃老)사상 등 다양한 신비사상이 유행했는데, 무제(武帝) 때 유교가 통치이념으로 등장하게 된다. 그때가 기원전 136년이다. 이러한 물줄기를 이끈 사람은 동중서(董仲舒)였다. 공자(孔子)가 주창한 유교가 생활규범에 가까웠다면, 동중서에 이르러 정치와 종교가 합일되는 사상으로 변하게 된다. 동중서는 유교 철학의 토대 위에 음양오행 사상과 같은 신비주의를 덧붙여 사실상 새로운 학문을 탄생시켜 위정자에게 인정을 받게 된다. 당신이 하늘의 대리자라는데 싫어할 위정자가 있겠는가.

황제를 천자(天子)로 불렀는데, 말 그대로 하늘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천자는 천하(天下·하늘 아래 모든 곳)를 다스릴 권리가 있다. 또한 황제의 통치는 하늘을 대신해 도를 행한다(替天行道·체천행도)는 논리를 내세운다. 논리가 이러하니 천자인 황제에게 복종하는 것은 하늘의 뜻에 따르는 당연한 행위가 된다. 심지어 반란을 일으킬 때도 정부가 하늘의 뜻에 어긋나 행한다고 주창한다.

지금은 참위론이라 불리지만, 참과 위의 뜻은 다르다고 한다. 참은 신비학적인 예언을 말하고, 위는 유교 경학의 종교적 해석을 말한다. 그러니까 참위는 동중서에 의해 유학이 국가적 통치이념이 된 다음에야 정립된 용어다. 참위론은 오랜 기간 영향을 주다가 후대 사상가들에 의해 거부되기도 하지만, 그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벼락이 쳐도, 일식이 생겨도, 홍수가 나도, 가뭄이 나도, 지진이 나도 모두 나라를 다스리는 위정자의 탓으로 돌렸다. 조선시대에도 이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

참위론이 황제에게 천하를 다스리는 권한을 부여하니 좋지만, 반면 온갖 천재지변의 책임을 떠맡아야 하니 골치가 아팠을 것이다. 그래서 후대 사상가에 의해 참위론의 일정 부분이 거부된다. 이 또한 권력 강화를 위한 행위였던 셈이다.

참위론의 위력은 매혹적이어서 위정자는 적절히 이용했다. 천제나 기우제가 그렇다. 기우제를 지내는 행위는 꼭 그 효과를 기대해서가 아니라, 하늘의 뜻을 대표해서 받드는 것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대단히 정치적 행위인 셈이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우제는 오랜 기다림 끝에 열리곤 했다. 일기예보를 담당했던 관상감이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를 한 다음에야 기우제가 열렸다고 한다. 그때 이미 일식, 월식을 예측할 수 있는 단계에 올라 있었지만, 참위론의 정치적 영향력은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화성에 탐사선이 가는 이 시대에 지진이 하늘의 뜻이라는 말이 나오다니, 신비사상이 현시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심정적으로는 이해한다고 해도, 앞으로 지진의 피해를 줄이려면 참위론이 아니라 과학이 필요하다. 기초과학에 대한 더 많은 투자가 이에 대한 정답이 아닐까 한다. 지금은 천자의 시대가 아니기에.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