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법복 벗는 판사들… 김명수號 출렁

내달 정기인사 앞두고 줄사표
전관예우 방지 평생법관제 역행

법원행정처 출신도 대거 나가
“법원의 공적 됐다” 하소연도

오는 2월 법원의 정기인사를 앞두고 법원장급 이상 고위법관부터 지방법원 부장판사급 중견 판사까지 줄사표 움직임을 보이는 등 법관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2월 13일 예정인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 정기인사를 앞두고 강형주(59·사법연수원 13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이 대법원에 사의를 표명했으며 국정농단 사건의 한 재판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의 부장판사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수원 기수에 따른 승진 문화가 고착됐던 법관 사회에서 후배인 김명수(59·15기) 대법원장의 지시를 받아야 하는 연수원 14기 이상 법원장들에 대한 사의 표명은 예상돼 왔다.

하지만 일선 법원장 중 김 대법원장보다 선배 기수가 10여 명에 달해 이들이 무더기로 법원을 이탈할 경우 ‘평생법관제’ 역행 등 법원 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평생법관제는 법원장 등을 마친 고위법관이 다시 일선 법원의 판사로 돌아가는 것으로, 양승태(70·2기) 전 대법원장 때 도입된 후 기수 문화 탈피 및 전관예우 근절에 적지 않은 효과가 있었다.

법원장급 판사들의 사의 표명과는 달리 중견 판사들의 사퇴는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행정처를 소외시키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사법 행정권 남용’ 논란과 관련해 법원행정처는 법원 안팎에서 이른바 ‘적폐’로 분류됐고, 김 대법원장도 조직 축소를 천명한 바 있다.

법원행정처 출신 중 사표를 낸 판사는 6명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은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행정처 출신’이란 낙인을 갖고 법관 생활을 하기보다는 사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행정처 출신의 한 판사는 “법원행정처를 가고 싶어서 간 것도 아니고 근무평점 등이 좋아 뽑힌 것인데 이제는 법원의 공적이 됐다”고 지적했다.

사퇴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것은 고법 부장판사 승진 대상자인 연수원 24기다. 예년에는 부장판사 승진에서 제외된 법관 중 사표를 내는 것은 1, 2명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고법 부장 승진과 고등법원·지방법원으로 이원화되는 과도기를 맞아 사퇴 폭이 더 클 전망이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법원 이원화에 따라 향후 인사 전망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1년이라도 더 일찍 변호사 개업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