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7530원’ 한달>치킨에 무 빠지고 순두부에 계란 안주고… 물가 ‘들썩’

역대최대폭 최저임금 인상에
인건비 비중 큰 외식업체들
값 인상·서비스 축소 잇따라

‘(무료) 식전 빵 제공 중단합니다’ ‘치킨 무는 별도’ ‘계란 추가 500원’.

최저 임금이 인상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 소비자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특히 인건비 비중이 큰 소규모 자영업, 외식업계에서 당장 양을 줄이거나 공짜로 제공하던 서비스를 유료화하면서 실질적인 물가 인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26일 나타났다.

사무실이 밀접한 강남 인근의 한 한식 백반 식당은 올해부터 순두부찌개에 계란을 뺐다. 계란이 없다고 항의하는 손님에게만 계란을 추가해준다.

인근의 즉석 떡볶이를 파는 식당 역시 과거 2인분 기준으로 삶은 계란 두 개를 넣었으나 추가 요금을 내면 넣어주는 것으로 바꿨다. 불고기 백반 가게 역시 밥과 함께 기본으로 제공하던 계란 프라이를 없애고 ‘옛날 소시지’ 부침으로 교체했다.

한국에 ‘식전 빵 무료 제공’이라는 문화를 보급하다시피 한 패밀리 레스토랑도 비용 상승으로 올해부터 이를 폐지하고 있다. TGI프라이데이는 올 들어 최저 임금 인상이 시행되는 지난 1일부터 식전 빵 제공을 중단했다. 대신 식전 메뉴로 ‘BLT나초칩’과 ‘토마토 부르스케타’를 내놓았는데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 2000원짜리 유료 메뉴다.

파리바게뜨의 가맹본부인 파리크라상은 가맹주 손익 개선 및 상생경영 방안을 내놓았다. 가맹점이 본부로부터 필수로 구입하는 물품을 축소하고 본부의 마진을 낮추는 대신 가맹점의 마진을 높이는 방안이다. 현장에서 점주들이 느끼는 빵값 인상 압력을 분담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빵 가격은 점주가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면 빵값도 줄줄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저 임금 인상은 물가를 상승시킬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마진으로 먹고사는 데다 인건비 비중이 큰 도소매 음식업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전체적인 임금이 올라가고 물가에 임금 인상분이 반영된다”며 “결국 숫자로 드러나는 명목 임금은 올라가더라도 그 임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나 서비스 수준은 그대로인, 즉 실질 임금은 제자리인 현상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